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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05. 2022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알고 보면 엄마가 느릴 뿐

35 5,   먼저 태어난 쥬쥬를 안고 다짐했다. 세상을 일찍 시작한 너에게 느리다고 재촉하지 겠다고.


엄마가 몸 관리를 잘못해서, 우리 아기는 미숙한 몸으로 삶을 시작하는구나.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미숙아는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일찌감치 레이스를 뛰는 선수 같다. 발돋움할 수 있는 다리와 힘차게 휘두른 팔을 워밍업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내 사랑 느림보 거북이


그래서 아기의 성장 발달에 집착했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분유와 모유를 혼합 수유했고 새벽에 자는 아기를 깨워 젖을 물렸다.


다행히 잘 먹는 쥬쥬는 평균 이상 몸무게와 키를 유지했고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문제는 행동발달이다. 작디작은 아기가 잘 먹고 잘 자면 된다는 생각에 개월 수에 할 수 있는 행동발달을 교육하지 않았다.


신생아 시절 아기가 엎드려서 고개를 드는 터미 타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아기가 빨간 얼굴로 끙끙 거리는 모습이 마음 아파 편하게 눕히고 다독거렸다.

뒤집기, 되집기 시기도 놓쳤다. 주변에선 아기가 잠결에 뒤집고 돌아다녀 피곤하다는데 우리 아기는 얌전하게 잘 자서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쥬쥬는 앞에 있는 물건을 손으로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마를 꽝하지 않을까 내가 물건을 미리 쥐어준 탓이다.


8개월이 된 지금은 배밀이, 기어 다니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억지로 시키지 않을뿐더러 쥬쥬가 불편한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보다 못한 할머니들은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아기를 엎드려 놓고 물건을 집게 하거나 손을 잡고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던지는 한마디.


초보 엄마는 아기를 바보로 키운다.

쥬쥬는 다 할 수 있는데 엄마가 겁쟁이야!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아기는 생각보다 보다 알아서, 스스로 자란다. 때가 되면 다 한다는 어른들의 말은 여기서도 틀리지 않는다.


우리 아기는 손을 안 빠는데, 발을 안 잡는데,라고 말한 지 일주일 만에 주먹을 입에 넣고 발을 잡고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난 삼아 반복했던 하이파이브도 눈 감고 하는 수준이 됐다. 왼손, 오른손 구분할 때 짜릿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며칠 전에는 쥬쥬가 빨대로 물을 마셨다. 그동안 수저로 물을 먹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촙촙 빨대로 물을 마시는 게 아닌가.


엄마, 나 빨대 쓸 수 있는데, 왜 지금 줬어?


당당한 표정과 함께. 아기는 벙쪄있는 엄마를 보고 보란 듯이 물을 마신다. 쥬쥬가 크는데 성장드라마는 엄마가 찍고 있다고 남편은 웃는다.


어쩌면 아기는 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라는 지 모르겠다. 겁쟁이 엄마는 여전히 느린데 용감한 아기는 보란 듯이 속도를 낸다.


천천히 커줘. 엄마랑 천천히 오래오래 같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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