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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03. 2022

출산 후에 살이 찌는 이유

뚱뚱한 엄마는 나도 싫어

통통과 뚱뚱 사이.


나의 유년시절 모습이다. 먹는 걸 좋아하는 탓에, 잘 먹이는 엄마 덕에 늘 포동포동한 몸매를 유지했다.


대학생이 돼서야 젖살이 빠졌고 뚱뚱보 어린이의 모습은 기자가 되고 밤샘과 야근에 치여 살면서 사라졌다.

잠잠하던 입은 결혼 후에 터져버렸다. 매일 '맛있는 거'를 외치는 남편 덕에 잠시 홀쭉했던 나는 예전의 포동이로 돌아왔다.


출산 후에는 역대급으로 살이 쪘다. 분명히 아기가 몸에서 나왔는데 점점 임산부와 비슷해지고 있다. 육아하느라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데, 왜 살이 찔까.




단거 단거 단거


반복되는 일상을 보면 살이 찔 틈이 없다. 육아 중에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하느라 밥을 제때 먹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10킬로에 육박하는 아기를 들고 움직이면 체력은 고갈상태. 100미터 경주를 하듯 집 안을 뛰어다니고 한 겨울에도 더워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딱 하나, 손에서 단 걸 놓을 수가 없다. 밥은 안 먹어도 단거는 왜 이렇게 당기는지.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바닐라라테를 쉬지 않고 흡입한다.


육아를 하면 '당이 딸린다'는 말이 이런 걸까. 초코 분수가 있으면 노홍철이라도 밀치고 코를 박을 것 같다.  


입안의 쾌감을 버려라


'음식=보상' 공식도 문제다. 늦은 시간에 남편이 배달음식과 함께 도착하면 막 엔돌핀이 돌면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손이 빨라진다. 이 많은 치킨을 내가 다 먹었나 놀랄 때도 있다.


전날 시킨 족발이 전자레인지에 돌아가면 콜라겐 터지는 소리에 행복한 에너지가 솟아난다.

시원한 맥주를 입에 머금고 탄산이 터지는 느낌도 오랫동안 누리고 싶다. 육아를 마친 후 혀에 지배당한 순간이 짜릿한 보상인 것이다.


그래도 점점 늘어나는 뱃살은 가혹하다. 매일 아기를 들고 있는 팔은 살인지, 근육인지 마동석급이다.


얼굴은 동그랗다 못해 턱선이 사라진 지 오래다. 내 눈이 이렇게 작았었나. 볼살이 찌고 노안이 온 탓인지 눈이 침침해졌다.


여전히 나는 둔감하기보다 민첩한 사람이고 싶은데. 쥬쥬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들어가면 나이는 많아도 젊은 느낌 팍팍 나는 맵시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무릎 늘어난 파자마를 입고 생활하는 내가 갑자기 두툼만 뱃살이 보기 싫은 건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오늘부터 달달한 것들과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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