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벨 Dec 15. 2021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기에

주부에서 사업가로


지난 세 달간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그것을 할지 말지 고민한 날을 더하면 네 달 정도는 밤낮없이 고민하고 먹지 못하고 씻지 못하며 나를 버린 채 그것에만 몰두했던 것 같다.


시작은 이러했다. 마흔이 되고 보니 아니 마흔의 내가 되었는데 뭔가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은 채 반년을 보내고 또 그냥저냥 한 살을 더 먹으려다 보니, 막연함이 커져 결심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스물 과 서른의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을 마흔이라는 무게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여보, 나 사업 한번 해볼까?”


“그래, 해봐!”

그리곤 나에게 후원금이라며 150만 원을 덜컥 내주었다. 본인의 용돈을 모았을 그 돈을. 나에게 미련 없이 주었다. 감격보단 두려움이 컸다.



“날 뭘 믿고?”



한 달을 고민하고 공부했다. 요즘 같은 시기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인터넷에 강좌들이 넘쳐났다. 나도 해볼까 라는 막연함을 숨긴 채 공부하고 또 공부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복잡했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다간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웠기에 몸으로 부딪혀야 더 쉽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응원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곤 통장에 150만 원을 찍어줬다. 혼자였다면 쉽게 무언가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정했으면 당장 실행에 옮기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했다. 응원을 뿌리칠 수 없었던 제일 큰 이유는 내겐 더 이상 미뤄낼 수 있는 내일이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사업은 해외 구매대행이었다. 나름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 쇼핑몰에 구매대행 가능한 상품들을 올려주고 보내주는 일들이었다. 대체로 간단한 일들이었지만 내상품이 좋아 보이게끔 사진을 올리는 일과 그것의 가격을 남들과는 좀 더 차별화를 두는 일이 포인트였다. 너무 열심히 몰두했는지 많아야 하루에 두세 건의 상품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곤 몸과 마음이 금세 지쳐버렸다. 한 달을 그렇게 죽을것 같았다. 중요한건 내가 보아도 내상품 보단 조금 더 싼 상품이 눈에 들어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하면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업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시기에 물건을 대량 사입하고 말았다. 전재산이던 150만 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곤 팔리지 않는 상품에 마음까지 조급해져 하루하루를 힘겹고 숨 가쁘게 살았다. 인터넷 구매자가 내 목숨줄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150만 원이 0이 되자 남아있는 공기조차 사라진 것 같았다.



내 사정을 훤히 보고 있던 남편이 이번엔 100만 원을 주었다. 한번 시작한 일이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망해도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며 한없이 다정하게 내민 100만 원이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0원이었던 내 자존감이 100만 원 치는 채워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섰다. 이번엔 쿠팡에 입점을 했다. 그리곤 열흘만에 폐점했다. 높은 경쟁률과 그들이 내민 가격에 더 이상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빨리 발을 뺐다. 쿠팡에서 큰 이익을 봤다는 그분들이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시 처음부터 인터넷 사업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쉽다고 말하는 그들과 나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서 우선 잃어버린 150만 원을 되찾기 위해 네이버 스토어에서 위탁판매를 시작했다. 물건을 먼저 사지 않아도 돼서 나에겐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리곤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 내 스토어에 매일 같이 올렸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은 한번 기분 내는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도 플라스틱, 저것도 플라스틱. 중국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천국이었다. 그것을 사라고 내 사이트에 올리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지구를 아프게 하는 물건을 보기 좋게 포장하고 좀 더 예쁜 말로 더 좋은 상품인 것처럼 말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나? 

아참. 나 이래 봤자 하나도 못 팔았지.’



그래 맞다 나는 한 개도 못 팔았다. 사람들이 그토록 원한다던 물건들은 다른 사람들도 여기저기 사주길 원하며 자신의 스토어에 모셔가기 바빴다. 난 또 그들의 경쟁상대가 안되었다. 그래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똑같은 것이 아닌, 남들과 다른 것.

똑같은 상품도 남다르게 파는 것.

팔면서도 기분 좋고

사면서도 기분 좋은 것.



내가 큰돈을 벌면 차리겠다고 생각한 ‘제로 웨이스트 샵’을 열기로 했다. 어차피 안 팔리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라도 팔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지구를 위한 착한 생각, 착한 소비- 제로 웨이스트 샵’


콘셉트를 정해 놓고 다른 샵들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왜 잘 팔리는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지구에 해가 되지 않을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하고 공부했다. 차별화된 전략도 나름 세웠다. 2022년 초를 시작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자는 문구와 함께. 나 또한 새 출발을 해보려 한다. 이젠 그동안 혼자서만 끙끙대던 고민들이 글을 통해 적어 나가려 한다. 실패담이 될지. 성공담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남편의 말처럼 살아가면서 난 큰 배움을 얻은 거니 벌써부터 즐겁고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