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리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7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무려 석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레누와 릴라의 하찮고 힘없던 어린 시절부터 청춘, 중년, 노년까 지 무려 60년이라는 세월을 눈으로 스치듯 보낸 꼴이지만 아마 도 내가 만났던 단어들, 마주할 실패들, 후회할 순간들, 붙잡고 싶은 기억들에 대해 미리 고통스러워했다는 것 만큼은 진심이다.
'점심 신메뉴'를 '심신 메뉴'로 잘못 읽을 만큼 마음이 고픈 때이 기도 하지만 3개월의 대장정 독서를 마치며 내 인생을 슬퍼하긴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모든 훈련은 고통스럽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해지고 상실하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것 도 할 수 없다. 누구도 절대 뺏기지 말고 명확해지라 붙들지 않 았다. 내 욕심이 나를 놓지 못할 뿐.
퇴행하고 미련해지느니 슬픔에 담금질 당하는 것이 새롭게 되는 데 더 유익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당근으로 싸게 구입해보겠다고 목동까지 갔다가 무거운 책 네권 을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오던 여름날이 문득 강렬하게 떠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