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가닉 효과(Zeigarnick effect)
자이가닉이라는 심리학자가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롯된다. 이 피험자들에게 수수께끼나 암산 문제들을 풀게 하였고 절반의 피험자들에게는 문제를 풀 충분한 시간을, 나머지 절반의 피험자들에겐 문제를 푸는 도중에 그만두게 하고 다음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을 반복하였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모든 피험자들에게 풀었던 문제를 기억해 내도록 했는데 문제를 푸는 도중에 방해를 받았던 피험자들이 문제에 대한 해상이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미완의 과제에 대한 기억이 완성 과제에 대한 기억보다 더 잘 기억되는 현상을 자이가닉 효과라고 부른다.
잊기 위해선 완성되어야 하고, 완성이 되어버리면 곧 잊게 되는 것이다.
아쉬움이 남은 상태로, 그렇게 "미완성"이 유지가 된다면 잊지 못한다. 그것이 풀어야 하는 문제이든, 아니면 고백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던.
완성과 미완성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딱히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나의 선택과 마음에 달려 있을 뿐
과연 나에겐 어떤 선택이 더 옳았던 것일까?
늘 답답했었다.
완성이냐, 미완성이냐 이분법적으로 생각을 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내 마음은 평생을 두고 가슴 한편이 저며왔다.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을 표현해볼 것을, 차마 입 밖으로 하지 못했던 그 말들 한 번이라도 말해 볼 것을....
평생을 이렇게 상처받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그 생각만 한다면 늘 심장이 조여왔기 때문이다.
고열에 녹아버리는 플라스틱처럼 내 심장은 녹아버려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아파왔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너무 즐겁게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있었는데 문득 그가 생각났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 깊숙하게 봉인해 둔 그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뱉어버리지 못한 그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문을 열어버린 댐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음은 주워 담지 못했고, 다시 삼킬 수도 없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을 바라볼 때 느꼈던 감정들이 어찌했는지
왜 당신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나는 왜 당신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왜 우리는 늘 평행선이었는지
그때 당신과 있을 때 느꼈던 감정이나,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후에 당신을 보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지 않다는 그런 진부한 감정들...
.....
후련했었다.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무려 20년간 담아둔 이 마음을 가감 없이 분출할 수 있어서 후련했다.
어떠한 사이로 발전하고자 약속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지내자고 약속한 것도 없었다.
단지 이 케케묵은 감정을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꺼내서 먼지를 털어주고 닦아준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이 기분..!
그리고는 앞으로 지금 느끼는 이 느낌 그대로를 믿고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가슴속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충만감이 가득 차서 몽글몽글해졌다.
내가 품었던 감정은 감춰야 할 것이 아니다. 상처받고 흉터 투성이라도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과제를 완성해 버린 탓일까,,,,?
얼마 전과 달라져 버린 이 느낌은 무엇인가?
더 이상 "미완의 과제"로 남지 않은 것은,
그렇게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이렇게 멀어지려고 털어낸 것이 아니었는데....
잊으려고 꺼낸 말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