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급한 사람들을 위한 예상치 만들기
사람들은 대체로 빠르고 확실한 결과물을 원합니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성격이 정말 급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결과를 물어보는 일이 흔하며,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 ‘해봤으나 잘 안 됐다’ 라는 말을 정말 듣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로 불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있을텐데요. 약불로 천천히, 고르게 온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을 참지 못해 더 강한 불로 지져버려서 맛, 시간과 재료 모두를 잃어버리는 대참사를 일으키곤 합니다.
마케팅도 비슷합니다. 급하게 하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1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갈 때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뛰어내리면서 안전하게 착지하길 바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성공률이 매우 낮은 전략입니다. 조금씩 독을 푸는 느낌으로 천천히, 단계별로 스며드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나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특히 경영진이나 레벨이 낮은 마케터는 이런 활동에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시간을 들이고 있느냐는 식이죠.
그리하여 우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진행할 때, 역산을 통한 예상치를 보여주면서 그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어느정도의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을 가지겠죠. 이런 예상치는 설득의 기술이 되기도 하며, 정리를 하면서 전체 프로세스의 설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빠진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거든요.
마케팅의 단계를 나눠서 고객의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퍼널 구조라는 하나의 대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고객은 인지 -> 고려 -> 구매 -> 감동의 절차를 타고 마케팅 활동을 체험한다는 이론 아래, 각각의 단계에 맞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이론인데요. 산업군이나 마케터에 따라 단계가 더해지거나 빠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각 단계에 속한 고객은 이전 단계보다 클 수 없으며, 앞 단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뒤의 단계는 존재할 수 없기에 위에서부터 정렬하면 깔대기 모양을 타고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영어로 깔대기 - 퍼널 구조라고 설명하는 것이죠.
아주 상식적인 논리입니다. 이게 머릿속에 잘 정립이 되지 않는다면 마케팅을, 나아가 비즈니스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진지합니다.
퍼널구조를 잘 설계하면 마케팅이 알아서 돌아간다! 라면서 마케팅 자동화와 마케터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 필드에서 퍼널구조가 먹히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마케터도 있답니다.
저도 의도한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동화되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 뜻하는대로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망하는 기업은 없을테니까요. 자동화와 관련된 이슈는 다른 글에서 다시 한 번 다뤄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퍼널 구조의 개념 설명과 역산 방법 정도만 이야기할까 해요.
단계 1 - 인지
우리가 하루에 인식하는 광고는 얼마나 될까요? 출퇴근길에 만나는 가게의 수는 몇 개나 될까요? 시간과 범위를 늘릴수록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것들 - 광고가 아닌 것들과도 경쟁을 하면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인지 단계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고객이 먼저 찾는 생필품 계열인지 아니면 사실은 인생에 없어도 크게 관계 없는 사치품 계열인지를 생각한 뒤에 광고 채널이나 메시지 등을 설계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퍼널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활동을 함으로 인해 어떤 수치를 결과로 받아들 것인가] 일텐데요. 아주 오래전 오프라인 광고의 경우 그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디지털 마케팅은 다행이 고객의 클릭 수 등을 쉽게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에 띄어서 눌러본 사람이라면 우리 제품을 적어도 인식은 했을테니까요.
활동에 따라 다른 수치를 계산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돈을 얼마나 써서 얼마나 노출을 시키는가
그래서 클릭은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단계 2 - 고려
저는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줄 것이라며, 첫 눈에 반하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서른 살 넘도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봤답니다. 꺄르륵
마케팅도 그렇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우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다행이 누군가 우리를 보고 클릭이라는 관심을 보여주었군요. 이제 그는 이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잘 알지는 못해도 아무튼 이런게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 서비스가 필요했다거나 필요한 상황이 되어 다시 찾아 왔다면 나름 철저한 조사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한 소개글이나 이미지도 유심히 보고 경쟁사의 제품도 한 번 찾아볼 것이구요. 다른 사람들이 남겨놓은 후기도 체크해보겠죠.
이 단계도 인지 단계와 마찬가지로 이 단계에 머무는 사람의 수와 결과값을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매장 방문 고객
온라인의 경우 홈페이지 방문 고객
홈페이지 내에서 메뉴를 살펴보는 등 상호작용을 한 고객 수
쇼핑몰의 경우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은 수
등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단계 3,4 - 구매와 이후의 행동들
드디어 팔렸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다면 사업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객 상담 단계를 손보거나, 구매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요소를 개발하거나, 다른 고려 단계의 고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후기 작성을 유도하는 등 지속적인 구매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배달 플랫폼의 리뷰 이벤트나 네이버 쇼핑의 포인트 제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도 리뷰를 드럽게 안 쓰는 축에 속하는데요. 포인트를 많이 주기 때문에 억지로 글을 남기고 있답니다. 이렇게 혜택을 볼모로 삼거나 안 쓰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재구매와 다른 고객의 구매를 촉진하는 단계의 마케팅의 설계도 필요합니다.
각 단계별로 들어가는 비용(주로 광고비겠죠)과결과값 등을 계산해 전체 ROI를 구하는 방식으로 역산해 나가면 됩니다. 광고판에서 비용과 결과만 놓고 구하는 ROI를 세간에서는 ROAS(Return of Ad Spend)라고 한답니다.
간단한 예제를 만들어보죠.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사전예약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합니다.
전체 예산을 100만원이라고 잡고, 얼마나 많은 수를 모집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보겠습니다.
위의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만든 예제입니다. 절대 이런 수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며, 실제 계산은 더 자세하고 면밀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분명 말했습니다!
노출의 경우, 온라인 광고 플랫폼에서 예상 노출 수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합니다. 플랫폼이나 세팅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사실 그조차도 플랫폼의 추측이지 턱없이 낮게 노출되거나 예상보다 높게 숫자가 나오기도 한답니다.
광고 클릭률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클릭률을 놓고 계산합니다. 이는 어느정도 데이터가 갖춰져 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업종이나 제품에 따라 클릭률이 다 다르거든요. 크리에이티브의 영향도 꽤 있구요.
고려 단계에서는 랜딩페이지의 전환율을 따져보았습니다. 이 수치 역시 그동안 봐온 수치를 넣어서 만들도록 합시다. 랜딩페이지를 어떻게 만드느냐, 전환 수치를 보는 것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결과값역시… 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얼추 이정도 되지 않을까요? 하고 넣으면 됩니다.
실제 자료에서는 이 비율이 어떤 논리와 계산을 통해 나왔는지 설명이 담겨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스프레드시트로 작성한 이유는 각 단계의 숫자와 비율을 바꾸면서 결과값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광고 단계 중에서 유입용 광고가 있고 재유입용 광고가 있는데요. 각 광고에 들어가는 예산을 바꿔가면서 가장 효율적인 캠페인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식으로 목표로 하는 결과값을 정했다면 마지막에는 전체 마케팅 비용을 결과값으로 나눠서 ROAS를 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구해진 ROAS는 [1명의 사전신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실제 자료는 더 상세하고 정확해보여야 합니다. 이해를 위해 간단하게 만든 구조예요.
우리는 궁예가 아니라 관심법을 쓸 수 없습니다. 미래와 사람의 속은 알 수 없죠. 고객도 우리가 생각한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소위 체리피커라고 불리는, 프로모션에 사용되는 경품만 쏙 먹고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도 정말 많습니다! 고객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등골을 뽑아먹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도입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설득하거나 예상치를 제시하고 각 단계의 마케팅 캠페인을 설계하는 단계를 고려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획단계의 계산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논리구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절차를 밟았다면, 나중에 실제 캠페인에서 어느 단계의 적체가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고려 단계까지는 가는데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랜딩페이지를 바꾸거나 구매 프로모션을 진행해볼 수 있겠고, 클릭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광고 크리에이티브나 전략을 바꿔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