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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21. 2023

선택의 연속

마흔, 마흔여섯 신혼부부⓺

픽사베이


7월 7일 난자를 채취하고 딱 2주가 지났다. 10개의 난자를 채취했는데 이중 질이 좋은 난자와 정자 2쌍을 동결해 둔 상태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이식을 하게 된다. 그때까지 난 그동안 잠시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몸을 정비할 생각이다.  

    

어제는 예약 없이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보통 예약하고 가지만, 갑작스러운 일정이 잡힐 때는 당일 진료를 해야 하기에 진료 시작보다 한두 시간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한다. 오전 진료만 있을 때는 접수 시작 시간인 아침 7시 30분까지 가서 접수해야 한다. 자칫하면 당일 접수가 마감되기 때문이다.   

   

휴가를 내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에 갔다. 지난 진료에서 선생님은 냉동배아가 2개밖에 안 나왔으니 이대로 이식을 할 건지, 아니면 과배란-난자채취를 더해서 냉동배아를 더 만들 건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자궁경 시술도 할 건지 말해달라고 했다. 자궁경은 우리가 흔히 하는 위내시경 같은 것이다. 자궁을 들여다보며 혹시 문제가 없는지, 있으면 걷어내는 작업을 말하며 필수는 아니다.   

   

과배란-난자채취를 다시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어휴... 처음이라 엄청 힘들진 않았지만, 이걸 반복한다고? 한숨부터 나온다. 그래서 일단 처음이니 이대로 고하기로 했다.  

   

난임병원에 다니면서 느낀 건 뭐든 나에게 선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임신은 확률 싸움이다. 절대적인 건 없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아무리 최상급의 좋은 배아가 나왔다 치더라도, 착상은 다른 문제다. 남녀가 아무 문제가 없고, 착상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번번이 실패한 경우가 다.  

    

반대로 배아 등급이 별로고, 안 좋은 몸 상태에도 착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확률 때문에 병원은 여러 검사를 시도한다. 하면 좋다는 것이지, 필수는 아니다. 이 검사는 통과한 유전자가 100%의 착상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보장되지 않은 확률 싸움에 뛰어들었고, 한 달이 될 무렵에 지쳐갔다. 그동안 나름 잘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짊어져야 하는 건 오롯이 나라는 점에 울컥했다. 오랜 고민 끝에 기꺼이 선택했지만, 모든 힘듦과 지난한 기다림이 날 점점 지치게 한다. 100% 성공이 보장된다면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하겠다. 그게 아니기에,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30대의 주사를 맞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병원을 왔다 갔다 하고, 시술하고, 결과를 듣고, 다시 또 진료를 예약하고, 다음 시술을 준비하는 과정이 사람을 참 지치게 했다.     


다음 주에 다시 시술을 시작하는데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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