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ybrush Nov 03. 2021

듄, 이야기의 원형질

최근 개봉한 <듄>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압도적인 화면과 음악, 그리고 영상으로는 도저히 모두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듄>은 1965년 처음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온통 사막뿐인 행성 아라키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장대한 SF다. <듄>의 이야기와 세계관은 워낙 방대해서 몇 줄의 글로 요약해서 정리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상영한 <듄> 파트 1을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였다. 같은 SF고, 역시 방대한 설정에 특이한 은하계 생태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듄>과 <아바타>는 핵심 주제도 다르고, 비주얼 스타일이나 스토리텔링이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듄>과 <아바타>에는 거의 완전히 똑같은 부분이 있다. 바로 이야기의 핵심 구조다. <듄> 파트 1의 이야기에서 각종 고유명사를 제거하고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


행성 A에는 은하계에서 유일하면서 꼭 필요한 자원이 나온다. 이 자원을 놓고 수많은 세력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행성 A에 사는 원주민들은 외부인들이 자원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에 저항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외부인으로 행성 A에 들어가지만, 결국 원주민들과 함께 하게 된다. 그는 그저 원주민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의 리더가 되어 저항군을 이끈다.


만약 여기에 영화 <아바타>의 고유 명사 몇 개만 집어넣으면 그대로 <아바타>의 줄거리가 된다. 두 영화를 모두 봤다면 알겠지만, <듄>과 <아바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 구조는 완전히 일치한다.


수많은 작법서들이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내용이나 설정보다 우선 형식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정말 성공적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야기의 구조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듄> 파트1과 <아바타>의 스토리 역시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의 형식과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떤 사건을 거쳐,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야기의 뼈대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주인공과 사건에 맡겨놓고 쓰다 보면 이야기는 어디서부턴가 길을 잃고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징어 게임이 재밌는 이유: 감정의 설계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