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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린 Feb 03. 2021

'데이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막막하기만 하다면

<무조건 데이터: 분석해야 살아남는 세상> 헤이조이스 컨퍼런스 후기




갑자기 나는 왜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데이터'라는 것이 나의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부동산학과 대학원에서 첫 학기를 보내면서부터였다. 프롭테크의 사례를 이야기하던 중 교수님께서 "여러분,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업성 분석에 스무 명이 달라붙어서 했던 것 아세요? 그런데 이제 엑셀만 있으면 대학생도 하루 만에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회자된지는 한참 되었으나 나는 그동안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과 관련된 여러 키워드 중 왜 하필 데이터였냐. 그 수업을 포함하여 첫 학기에 배웠던 것들을 하나의 표현으로 축약해보자면, '어떠한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접근 방법'인 것 같다. 부동산학과에서 보는 '어떠한 현상이나 문제'는 당연히 '부동산 분야에서의 어떠한 현상이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즉 '부동산 분야에서의 어떠한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접근 방법'은 부동산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내가 스스로 터득해야 할 본질적인 배움이지 않을까 한다. 그 사회과학 접근 방법이라는 게 뭐냐는 질문에 아주 간단하게 대답해보자면, 나만의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모으고,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내가 세운 가설의 옳고 그름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부 시절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접근 방식과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전략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마케팅을 할 때 등의 과정과도 닮아있더라. 아무튼 그 과정에 있어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나는 하필이면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You cannot control what you cannot measure."
— Peter Drucker

"잴 수 없는 것을 컨트롤할 수는 없다."
— 피터 드러커




(데이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통계이다. '데이터'라는 단어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가와서 굉장히 신선한 단어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데이터와 통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역사에 들어와 있었다. 왕이 되기 위한 여러 교육 과정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과목은 '국가통치법'인데, 이는 오늘날의 정치학이 아니라 통계학이다. 통계학(Statistics)의 어두인 'Stat'는 국가(State)의 발음과 같다. 이탈리아어로 'Statista'는 정치인을 뜻한다. 정치인이 기초 역량으로 가지고 있는 학문이라는 뜻에서 통계학을 'Statistics'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부터 나는 책과 강의를 통해서 데이터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분석, 데이터 엔지니어링... 나만 몰랐던 데이터 관련한 수많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낯선 감정과 불안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한창 나의 화두가 데이터라는 것을 너무 쉽게 알아낸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헤이조이스의 <무조건 데이터: 분석해야 살아남는 세상> 컨퍼런스 광고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광고의 효과는 굉장했다!




출처: 헤이조이스


헤이조이스 웨비나를 통하여 금요일 3시간과 토요일 4시간, 장장 7시간 동안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 강의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실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데이터가 나의 화두에 오르게 되면서 함께 떠올랐던 질문들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조차 몰랐던 질문들

(여러 연사자분들의 이야기와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편집하고 재구성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사자분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바가 내용에 정확하게 반영이 되어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데이터, 정말 중요한가?  


나와 내 주변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보았을 때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보아야 객관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액션 플랜을 짤 수 있다. 단,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데이터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속담이다. 데이터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도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데이터는 그 과정에서야 의미가 있다.  



2. 데이터,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 건가?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데이터 수집과 처리가 과거에 비해 쉬워지고 있다. 유저의 반응과 행동이 쌓이기 시작했다. 또한 이제 고객은 인구통계학적인 특성(성별, 나이, 지역, 직업 등)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같더라도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등 심리학적 특성이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해지게 되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분석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고객에게 그들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던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3. 데이터를 모르면 뒤쳐지게 되지는 않을까?


앞으로 데이터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툴 혹은 그러한 직업이 등장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UX는 굉장히 핫하면서도 낯선 단어였으나, 이제는 UX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모두가 그 단어의 개념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 예전에는 어려워 보였던 영상 편집 기술이 이제는 휴대폰으로도 쉽게 가능해졌다. 한 때 웹마스터라는 직업이 핫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웹 기획자, 웹 디자이너, 웹 퍼블리셔 등으로 직업이 세분화되며 웹마스터라는 직업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로 몇 년 후에는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데이터 관련 기술은 누군가가 해결해줄 것이다. 기술에게서 자유로워지는 때가 올 것이다. 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능력(데이터 리터러시)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데이터를 가공 처리하는 직업, 가공 처리한 데이터로 모델링을 하는 직업 등, 데이터 관련 직업 또한 벌써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내가 스페셜리스트로서 데이터와 관련된 세분화된 직업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제네럴리스트로서 스페셜리스트와 소통하며 어떤 솔루션을 내놓는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면 된다.    



4. 나는 데이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데 어떡하지?


첫째, 데이터적 사고부터 연습해볼 것. 내가 말한 문장을 쪼개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것.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를 이탈한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해보자.'라는 문장이 있다. '고객'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가? 어떤 행동을 한 사람들을 고객이라고 할 것인가? '이탈'의 기준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재방문 혹은 재구매가 일주일 동안 없었던 사람? 한 달 동안 없었던 사람? 1년 동안 없었던 사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 대하여 데이터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보아야 하는가?


둘째,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부터 데이터로 취급해볼 것. 예를 들어 카드 사용 내역서를 엑셀에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져본다거나, 영수증에 적힌 정보들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해본다거나. 가계부도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내가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들 중에 수치화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이를 정리한 후 숫자로, 데이터로 질문해보면 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도 접목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파이썬, R, SQL 등 데이터 관련한 수많은 툴이 있다. 이 중 어떤 툴을 배워야 할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엑셀부터 깨우치자. 엑셀로도 데이터 작업이 충분히 가능하며, 더 이상 엑셀만으로는 데이터를 다룰 수 없는 지경에 놓였을 때 다른 툴을 배우기 시작해도 된다. 오히려 엑셀을 잘하게 되면 다른 툴을 더 빠르고 쉽게 터득할 수 있다.



5. 지금 나의 일에는 데이터를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데이터의 중요성은 회사마다, 팀마다, 개인마다 다르다. 데이터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 내가 지금 데이터를 통하여 확인하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지 정의해보자.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알고→좋아지면→구매한다)에서 어느 단계에 병목 현상이 있는지 찾아보자. 소비자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관련하여 해야 하는 단 하나의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이 행동에 대한 KEY DATA와 지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헤이조이스는 계속 관심 갖고 지켜보던 커뮤니티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헤이조이스에 가입하게 되었다. 첫째 날 약 500명, 둘째 날 약 400명의 여성들과 함께 강연을 들었는데, 그중 지인이 다섯 명이나 있더라. (세 명은 내가 영업했다.) 채팅 기능을 통해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나 참고하기 좋은 홈페이지 등 멤버들 사이에서도 유익한 정보가 오고 갔다. 연사자분이나 진행자분도 채팅을 즉각적으로 참고하며 행사가 진행되어,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채팅에서 참여자분들이 이야기한 것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엑셀을 어렵다고 하는 것은 마치 폴더폰을 쓰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어렵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문장. 그게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항상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잘 이용해왔듯이, 이번에도 너무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진 이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인생 선배, 인생 동료라는 데이터들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아닐까.




<무조건 데이터: 분석해야 살아남는 세상> 컨퍼런스를 놓쳐서 아쉬우신 분들이 있으신가요? 헤이조이스의 브런치에서는 연사자분들의 인터뷰를,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참가자분들의 후기를 보실 수 있답니다! 그리고 각 연사자분들의 책이나 인터뷰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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