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트렌드와 스타트업 이야기 (1)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 세계 시대 흐름에 따라 부동산 산업의 패러다임 또한 변화하고 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소유에서 공유로 그 중심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 국내 부동산 산업의 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기존의 기업들 또한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부동산 산업 내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와 관련한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동산 분야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도시 개발은 경제 성장과 함께 양적 팽창에 중점을 두어왔다. 도시의 양적 팽창으로 인하여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저성장 시대에 돌입과 함께 양적 발전보다는 질적 발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스마트 성장(Smart growth), 창조 도시(Creative city) 등과 같은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도시의 수평적 확장이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확장으로 인하여 환경오염, 교통 혼잡, 구도심 쇠퇴 등의 도시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전통적인 도시 개발 방식으로는 현재 직면한 도시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스마트 성장은 도시 개발을 단순히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가지의 계획적 정비, 대중교통 개선, 녹지 보존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이다.
� 창조도시(Creative city)란?
창조도시는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를 비롯한 학자들이 제시한 이론이다. 미국의 도시 연구 이론가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그의 저서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Creative Class)』과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기술과 지식이었다면, 탈산업화 시대 도시의 핵심 요소는 창의성이라고 주장한다. 창의성은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많아져야 하고, 도시는 창조계급이 선호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플로리다는 창조도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기술(Technology)·인재(Talent)·관용(Tolerance), ‘3T’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창조도시 이론은 여러 선진국 도시들의 발전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어반하이브리드는 ‘보통 사람이 잘 사는 도시’라는 미션을 가지고 설립된 기업이다. 주로 중소형 자산을 코리빙 혹은 코워킹 시설로 개발하여 운영 및 관리까지 진행하고 있다. 쉐어원은 어반하이브리드의 코리빙 브랜드로 2030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가성비 높은 주거 공간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한다. 현재 강남, 신림, 을지로 등 업무 및 학업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창신아지트는 패션 특화 코워킹오피스 브랜드다.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의 일대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해있다. 특히 창신아지트는 타 코워킹오피스 브랜드와는 달리 패션 디자이너로 세분화된 타겟을 공략 중이다. 현재 창신동 일대에 패션 디자이너의 비즈니스와 일상을 위하여 총 3개 지점·약 1,100㎡ 서비스 면적·6개 종류의 서비스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 왜 동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패션시장이 발달했는지에 관하여 연구하던 어반하이브리드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의 산업적 가치를 발견한다. 전통적인 도매시장인 평화시장을 시작으로 원부자재 시장인 동대문 종합시장, 야간 도매시장인 유어스, 디자이너스클럽, APM, 소매시장인 두타,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등이 자리해있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의류의 대부분은 창신동을 포함한 동대문의 생산 배후지에서 제작된다. 디자인-원부자재 조달-생산-유통 등 의류 제조의 전 단계가 도보 15분 이내의 거리에서 해결된다. 이렇게 집약적인 패션클러스터는 전 세계에서 동대문이 유일하며, 동대문 패션 시장은 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매주 신상품 출시, 빠른 납기를 강점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패션 산업 생태계가 한국 패션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반하이브리드는 이러한 지역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 기술과 인재에 주목했다. 어반하이브리드는 신진 패션 디자이너와 베테랑 봉제 제작자에게 업무 공간, 여가 공간 등을 제공한다. 특히 업무 공간은 코워킹오피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용자들은 각종 봉제 장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공간 내에서 신진 패션 디자이너와 베테랑 봉제 제작자는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업한다. 패션 디자이너는 봉제 제작자에게 아이디어와 일감을 제공하고, 봉제 제작자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기술 노하우와 제품을 제공한다. 패션 디자이너는 긍정적인 젠트리파이어 역할을 하며, 일시적 방문과 소비를 넘어 지속적 정착과 소비를 하며 지역과 상생한다.
2018년, 어반하이브리드는 10억 원 규모의 창신동 도시재생 부동산 펀드를 설립하였다. 패션업계 종사자나 창신동 지역과 동대문 패션 산업의 발전을 희망하는 개인 임팩트 투자자들이 지분을 출자하였다. 어반하이브리드는 이 펀드를 통하여 창신아지트를 개발하였다.
현재 창신아지트는 동대문역 도보 3분 이내의 거리에 총 3개의 건물로 위치해 있다. 서비스 공간의 종류로는 코워킹디자인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쇼룸, 패션라운지&카페, 포토스튜디오, 프라이빗룸이 있다. 코워킹디자인스튜디오는 코워킹오피스와 비슷하게 개인 업무공간과 공유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유공간에 재봉틀, 재단대, 다리미, 오버로크 등 패션 관련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것이 일반 코워킹오피스와는 다른 점이다. 오픈스튜디오는 개인 업무공간이 독립된 호실이 아니라 개방되어 있으며, 개인 업무공간에 일반 책상 대신 재봉틀과 재단대가 구성되어 있다. 쇼룸은 창신아지트에 입주한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패션라운지&카페는 패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방문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토스튜디오는 제품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다. 프라이빗룸은 미팅 등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창신아지트는 신진 디자이너, 지역 주민, 지역 방문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어반하이브리드의 창신아지트 사례는 창조도시 개념과 상응하는 국내의 실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잘 사는 도시를 꿈꾸는 어반하이브리드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와 봉제업 기반의 창신동의 가치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기술 인재와 창조 인재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한 어반하이브리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어반하이브리드의 창신아지트는 도시재생의 한 사례로서, 제조업 기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요약
○ 그동안 양적 발전을 해온 도시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
○ '창조도시'는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 창의성이 도시의 질적 발전을 위한 핵심요소임을 주장함
○ 어반하이브리드의 창신아지트는 '창조도시' 개념과 상응하는 사례
○ 어반하이브리드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와 창신동의 가치를 발견하였음
○ 어반하이브리드는 창신아지트를 통해 지역 봉제제작자와 신진 패션디자이너가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음
부동산 트렌드와 스타트업 이야기 (1) 마침.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