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복직을 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평화롭게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글을 쓰던 한가한 평일 오후는 이제 없었다. 매일을 전쟁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살아가야만 했다.
이런 나에게 깊은 사색을 풀어쓰는 장황한 글은 사치였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몰라 손을 놓은 지 몇 달이 지나자, 나의 공백기를 알아차린 Brunch 도 이따금 알람을 보내왔다.
'작가님 어디 계세요?'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대답을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저도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현생이 너무 바쁜걸 어떻게 하나요? 꿈을 찾는 작가도 좋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걸요.'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성격 탓에, 글을 쓰려는 마음가짐은 점점 더 희미해졌다.
그렇게 마지막 브런치북 발행을 끝으로 반년이 다 된 지금, 나는 깊은 밤 잠에 빠진 아이 옆에서 같이 곯아떨어지기 전에 아주 잠시만이라도 현생을 접고 슬그머니 어릴 적 꿈을 꺼냈다.
비장한 각오로 꺼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다짐을 했다.
오늘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
아주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별똥별 같은 수많은 생각들을 마음속 셔터를 눌러 그 찰나의 순간을 작은 인화지에 담아 고이 간직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생각을 담은 작은 사진들이 모여 모여 나름 근사한 앨범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나는 긴 글은 당분간 쓰지 않으려 한다.
짧지만 반짝였던 생각의 형상을 잘 포착하려면 지치면 안 되니까.
끝이 안 보이는 마라톤보다는 50m 달리기를 여러 번 뛰고 싶다.
이것이 현생과 꿈 사이에 방황하는 내가 내린 결론이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작가란 버겁고 비현실적인 꿈이지만 이렇게나마 가까워지고 싶은 바람을 담아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