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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Mar 01. 2024

푸짐하지 않아도 돼~ 집피자의 매력

88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에 들어온 피자는 한때 부유함과 세련된 이미지의 상징이었다. 처음에는 호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팔다가 어느정도 대중화된 이후엔 어린이, 청소년들의 최애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식 피자라는 변종이 생겨난 시기도 이때쯤이었다. 탄수화물인 감자와 고구마가 올라간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도우를 쿠키로 만든다거나 하는 등 그야말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도"가 이뤄졌던 듯....


한국식 피자의 특징 중 하나는 '푸짐함'인데, 이거는 취향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게 메인 식사인지, 간식인지, 디저트인지....니맛도 내맛도 아닌 듯한 혼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맛있었던 피자 중 하나를 꼽는다면 대학때 미국에서 갔던 동네 피자집이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토핑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고, 양송이, 베이컨, 피망, 양파만 들어간 조합이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본토 이탈리아식 피자의 맛은 도우가 좌우한다고 한다. 실제로 남부 이탈리아에서 사먹은 피자는 하루가 지나 데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쫀득하니 맛있었다. 강한 화력으로 단시간에 구워내는 게 비법인데 가정에서는 불가능하니 최대한 높은 불에서 굽는다. 피자 달인의 솜씨에는 못미치지만, 갓 구워 따끈한 피자는 별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그 자체로 맛이 업그레이드된다. 


무엇보다 집 피자의 장점은 좋아하는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진 토마토를 올리거나 시판 토마토 소스를 바른 후 재료를 얹어준다. 나의 최애 조합은 앤초비와 바질, 블랙올리브 등이다. 종종 사놓고 은근 처분이 어려운 케이퍼를 다져 넣어도 괜찮다. 어중간하게 남는 견과류도 훌륭한 토핑이 된다. 오븐을 최고 온도로 올리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굽는다. 도우 반죽을 굽기 전 포크로 찔러 주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스폰지마냥 부풀어오른다. 어느 쪽이든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됨.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날, 갓 구운 피자와 시원한 맥주는 최고의 휴식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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