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하이브는 어떤 회사냐고 물어본다면
하이브에 합류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하이브는 이런 회사다' 라고 자신있게 정의하기 어렵기도 하고, 이 공간에 조직의 내부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쏟아놓기도 어렵지만, 누군가 그래도 하이브는 어떤 회사냐고 물어본다면 '용산과 닮은 구석이 많은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듯하다.
하이브는 하이브가 위치하고 있는 용산과 많이 닮아있다.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용산은 높은 고층 빌딩과 주상복합 건물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붕이 낮은 집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동네다. 거기에 서울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기찻길, 동네 어귀의 소박한 슈퍼마켓과 통닭집이 풍경을 이루고, 동시에 과거의 흔적을 담은 건물들 안에 트렌디한 디저트 카페와 와인바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고유의 바이브를 만들어낸다. 세월을 담은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의 좁다란 골목길에 자리 잡은 핫플레이스들이 젊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도시 공간을 지배하고, 공간이 다시 사람들의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
하이브는 아이돌을 키우고 앨범을 발매하여 음악으로만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IT테크 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커머스 기술을 결합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큰 축을 이루고 있고, 나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AI 기술로 다양한 콘텐츠적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의 비즈니스와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팬덤 마케팅/커뮤니케이션과 연계되는 비즈니스, 그리고 AI 기반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잠재된 비즈니스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용산, 적어도 하이브 주변 지역만 살펴보더라도 꽤 상권 변화가 심한 편이다. 금세 새로운 자리에 처음 보는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고, 그 옆에 또 다른 카페가 들어선다. 외부에 대형 통 유리창을 설치하여 금세 한눈에 안의 공간과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는 큰 도로 곁의 매장도 있지만 다소 무심하고 투박해 보이는 건물 외관에 비해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 힙함을 경험하는 반전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최근 용산의 대세인듯하다. 힙한 공간감과 인테리어는 기본, 제공되는 음식과 서비스도 너나 할 것 없이 주인장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진다. '이건 꼭 찍어야 해'라는 의무감을 불러일으키며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각축, 용호상박의 대결이 용산 골목 상권에서 펼쳐진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마음가짐의 치열한 전략 전쟁이 한강대로 양쪽에 있는 많은 식당과 주점, 카페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CORE는 변하지 않는다. '오근내 닭갈비' 같은 전통의 강호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심지어 다른 지역에 지점을 열어 확장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밀키트로 톡톡히 재미도 보았다. 내가 보기엔 닭보단 양념맛이 이 집의 경쟁력이다. 양념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니 치열한 용산 상권에서 꽤나 오랫동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이브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CORE라고 한다면 역시 '음악'이다. 그래서 하이브의 미션도 We Believe in Music 이다. '음악에 대한 높은 기준'은 하이브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다양한 확장의 기회를 얻는다. 만일 음악이 형편없거나, 팬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쳤다면 하이브가 지금처럼 다양한 사업 구조와 기회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음악이 멋진 무대, 화려한 퍼포먼스와 조화를 이루면서 시대의 트렌드가 되고, 이것이 2차 콘텐츠로 연결이 되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이 생겨난다. 본질에 집중하여 지킬 것을 지키고, 팬들의 니즈와 비즈니스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주는 것. 다시 말해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을 구별하고 이를 영리하게 실행함으로써, 음악과 콘텐츠 시장에서 하이브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이브에는 지금도 매달 50명 내외의 신규 구성원이 입사하고 있다. 이제는 엔터업계 출신 구성원보다 비엔터업계 출신 구성원이 훨씬 많이 회사에 들어오고 있고, 직군도 제작 직군의 구성원보다 비제작 직군 - 이를테면 IT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 구성원 입사가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치열한 노력으로 BTS의 전 세계적인 성공을 경험한 하이브는 이제 엔터업계를 넘어 더 넓은 곳으로의 확장을 꿈꾼다.
용산이 그렇듯 조직 안에서도,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성공을 견인해 온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의 성공을 견인해 갈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무자비한 변화의 속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면서도 동시에 CORE를 놓치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도시 용산, 하이브 사옥이 용산에 위치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