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저녁 열 시가 되었다.
내가 설정해 둔 취침 알람이 울린다.
이 하루 속에서
내가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건
취침 시간 하나뿐이다.
너무 많은 자극들 사이에서
그것만은 아직 내 것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밤이 되어도 불빛이 차오르고
별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시다.
AI가 만들어낸 뉴스,
AI가 써 내려간 경제 기사들.
인간은 더 이상
AI와 함께 공존하기 어렵다거나,
이제는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막연하고 위협적인 이야기들만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나는 이런 경쟁에 지쳤다.
아니,
지쳤다기보다는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잠을 자는 인간이구나.
생각보다 간단한 사실인데
왜 이제야 떠올랐을까.
아, 몰라.
잠이나 자자.
이렇게 많은 자극들 속에서
이 모든 걸 끌 수 있는 스위치는
아직 잠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