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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Aug 19. 2020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4개월의 준비를 위한 4년간의 고민에 대한 조심스러운 첫 이야기

2015년에
양양으로 내려와
고민하여 만들었던 내 회사명
Stoneage Union



1인 기업임에도
Union을 붙인 이유는

결국, 세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연합이 생기길 꿈꾸었지요



하지만,
어떠한 단체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디다.



치밀한 사업계획서도 필요하고,
조직원들의 R&R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설립할 단체의 취지와 목표

즉,
사업의, 단체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직원들이 동의를 해야 하더라고요


이 방향성에 대해서
(최소 5인 이상의) 조직원이 동의를 한다는 것?


이것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
.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설립은 '열풍'이었지요


현재까지 통계청에서 공시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의 수는
일반, 사회적 협동조합의 총합이
14,526 개에 달합니다.
(자료 갱신일 2020.6.29 통계청 자료 기준)
.
.
역시나 그렇듯,
이러한 열풍은 곧 역풍을 맞게 되지요
.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사실상 절반 이상 폐업상태' 등등
부정적인 기사와 칼럽이
연이어 쏟아져 나옵니다.
.
.
현재까지의 협동조합들 중
절반 이상이 활동을 하지 않는 휴업,
사실상 폐업 상황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
.
그러나,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더
공동체성을 강조한다는 명분 아래
정부의 공동체 설립 기조는
더욱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
.
.
'사회적 경제'가 더욱 강조되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는
지원을 받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인
5인 이상의 법인격의 단체가 아니면

명분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협동조합이든 뭐든
단체를 만들어야 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요.
.
.
허나

지원을 받기 위해

급조된 협동조합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
.
.
그래서, 사실
협동조합을 추진함에 있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
'우리는 왜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나?
'다른 협동조합들과 다를 바 있는가?
'실패사례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가?'
.
.
진지하고, 솔직하게 물어봤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위 질문에 당당히 확신에 찬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왜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양양 청년 협동조합 창립총회 공지 벽보

[ 왜? 협동조합을 만들어요?]


올해 3월부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의지를 모았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
.
우리의 의지가 모이게 된
이유는,
결국 하나였습니다.
.
.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
.
우선 닥친 실질적인 문제는
앞으로도 가장 클 문제인
'돈'
즉, 자본의 부족입니다.
.
.
우선 수혈받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1. 엄빠한테 돈을 달라고 한다!

2.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벽에 걸린
고흐의 그림액자를 떼어 나면
나오는 금고 속에서 그냥 한 1~2억 정도만
빼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우린
위 1,2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고군분투하며, 3년 이상을
양양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정책에 도전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개인에겐 더욱더 기회가 없거나 박해짐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단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단체가 있어야
나라에서 지원할 명분이 생기니까요.
.
.
우리 조합원들은
여러 단체들의
성공스토리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
.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서 해야 하는 일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으로부터였습니다.
.
.
.
우리의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표준정관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1. 우리 조직원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2.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우리 조합원들 개개인이 각자
내실 있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체가 되는 것입니다.
.
.
.
정부의 지원사업에 지원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쓰게 되면
디폴트 값으로, 들어가는 목표가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공헌한다..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은 우리 개개인 조합원들이
건실해야 합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굴 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기적인 게 아니라
기본적인 것이지요

다만, 우리 조합의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
.
*지역사회에 공헌한다..
*일자리를 창출한다...


우리는
지금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기까지
양양에 내려온 지 3~5년 차 가 되는 사람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떻게든 잘 정착해보려고,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에 따른 상처들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임은
그저 우리만 잘 먹고 잘 살 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이
앞으로 내려와 양양 라이프를 꿈꾸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도 하고자 합니다.


그저 그런 귀농귀촌 지원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살아온 이들이 말하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해주려 합니다.
.
.
.
8월 19일
그간의 조합원 회의들을 거쳐 최종 정리된
설립신고서와 사업계획서, 표준정관 등등
설립신고에 필요한 서류들을 모아 양양군청에 제출했습니다.


이제 약 2주간의 서류 검토절차가 남았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살짝 뭉클해집니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했는데,
이건 반보다 더한 벅찬 느낌입니다.
.
.
.

양양청년협동조합 창립총회 중


협동조합 설립 최초 미팅일 3월 24일

협동조합 설립 신고서 제출 8월 19일



서류를 4개월 준비했지만,
이 4개월이 있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었습니다.


우리의 단체명은

'양양 청년 협동조합'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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