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느낄 수 없지만 물건은 느낄 수 있지!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사보자.
돌이켜보면 승무원이 되고 나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즐긴 그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없다면
물건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젤리나 사탕, 초콜릿 같은 작은 간식부터 공책, 에코백, 화장품 등등 값이 나가는 물건까지.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면 항상 아웃포트(해외 취항지)에 가서 선물을 골라왔다.
내가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함께 느끼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오늘도 그 마음을 담아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
매장들은 중국인들로 가득했다. 흡사 중국에 놀러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내가 돈을 더 많이 벌었다면 그들처럼 명품관에서 선물을 샀겠지만
내가 고르는 것은 기껏해야 기념품이나 프랑스에서 유명한 마카롱정도가 다였다.
생각보다 살만한 물건들이 없었다.
라파예트 백화점에도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열심히 올라갔지만
생각보다 멋진 뷰는 아니었다. 그저 낮은 건물들이 가득한 가운데 빼꼼히 에펠탑이 보이긴 하지만
감상할 정도의 그런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고
잠시 쉴만한 공간은 아닌 듯하여 나는 또 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코스
에펠타워를 보기위해 광장으로 향했다.
보통 에펠탑을 보러 가면 에펠타워의 바로 아래 마르스 광장에서 사진을 찍거나
혹은 에펠타워가 멀리서 다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나는 멀리서 파리시내와 함께 그 모습을 다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에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향했다.
또 다시 우버를 타고 도착한 그곳에는 또 어마어마한 인원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아, 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도 못가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여전히 홍콩은 코로나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세상은 이미 내가 알던 그 때로 돌아갔구나..
도대체 홍콩은 언제쯤에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에펠타워를 보기 위해 난간이 있는 곳까지 가까이 다가갔다.
대부분이 커플이나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었고 틱톡인지 릴스인지 짧은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중, 고등학생 쯤 되보이는 여학생이 삐에로 분장을 하고 마임 공연을 하고 있었다.
관람객은 거의 없어보였지만 꽤나 열심히였다.
여기가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파리구나.
내가 여지껏 사진 한장 남기고 싶었던 파리 에펠타워 앞에 지금 내가 여기 있다..
생각보다 감동이나 벅찬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공허했다.
차디찬 철골로 이루어진 에펠타워는 앙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