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뚜기 Aug 09. 2023

롤을 안 해봤지만 롤 팬입니다

부산 MSI 1열에 앉다



천재에 대한 갈망이 있다. 절대 내가 도달할 수 없기에, 각 분야의 천재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래서 그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페이커'



e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도 '페이커'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BTS, 봉준호, 손흥민, 페이커 let's go

롤을 아예 모를 때도 페이커가 두유노 클럽에 들어간다는 건 알았다. 그만큼 잘하겠거니 생각했다.


한 번은 PC방에 인쇄하러 갔을 때, 모든 사람의 화면이 같은 걸 보았다. 헤드셋을 낀 사람들이 마우스를 움직였고, 푸른 화면에 벌레 같은 것이 기어 다녔다. 저게 뭐야 하면서 인쇄를 마쳤고 추후에 그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인 걸 알게 되었다.


롤 덕질 시작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 롤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당시 박물관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 나는 티켓 발급을 하는 친구 옆에 앉아있었다. 친구가 하루 종일 컴퓨터를 노려보며 화냈다가, 웃었다가, 화냈다가 했다. 도대체 뭔가 싶어 함께 보았고 다섯 개의 작은 물체(?)가 어디로 전진하는 게 보였다. 작은 물체는 각 진영에서 1:1로 붙어 움직였다가 가끔은 때로 몰려가서 서로 때리고 부쉈다. 뭔가 작고 하찮은데 자꾸 시선이 갔다. 친구는 지금은 되게 잘했어. 지금은 아쉬웠어하면서 알려줬는데 도대체 뭐가 잘하고 잘못했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이후 롤은 내 기억에서 싹 잊혀졌다가 유튜브에서 돌아왔다. 우연히 본 영상에서 페이커가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왜 이상한 줄 알아? 이가 상해서 그래~ 라던지 아이유가 뭐하는 아이유? 라던지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자가 두유노 클럽 멤버라니 믿을 수 없었다.


룰(rule)을 알아야 스포츠를 볼 수 있는 법. 롤 하는 방법, 롤 규칙 등을 검색했다. 공간은 탑 / 미드 / 바텀으로 나뉘고 선수는 총 다섯 명이 출전한다. 각 포지션은 탑, 정글, 미드, 원딜, 서포터이며 적진에 있는 넥서스를 부숴야 이긴다. 챔피언(캐릭터)은 140개가 있는데 조합이 좋게 밴픽을 잘해야 게임에 유리하며 cs를 잘 먹어야 하고 AD, AP 공격이 있으며 로밍과 갱킹을 잘 다녀야 하고 한타에서 잘 이겨서 용, 바론, 장로를 잘 먹고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북이 버터풀 야도란 피존투 또가스

뭐 대충 이런 게임이었다.



스포츠는 직관이지. 롤도 직관 가서 배우자는 마음으로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웬걸? 롤 경기장은 생각보다 작아서 매번 피케팅이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모든 롤 경기를 검색했고 결국,

부산으로 향했다.


롤은 국내 경기와 국제 경기로 나뉜다. 국내는 스프링, 서머 리그가 있으며 국제는 MSI(Mid-Season Invitational), Worlds(롤드컵)가 있다.(틀리면 어떡하지) 국제 경기는 나라별로 진행되는데 마침 부산에서 MSI가 열린 것이다. 가오는 없지만 돈은 있는 나는 빠르게 티켓팅을 했고 결국 부산 1열에서 롤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롤을 모른다. 보는 건 재밌는데 하는 건 관심이 안 생긴다. 그럼에도 매주 경기를 본다. 캐스터의 설명을 약 35% 정도 알아듣는다. 팬들이 환호하면 같이 환호하고, 한숨 쉬면 같이 쉰다(마치 like 립싱크)

그럼에도, 재밌다. 룰을 모르고도 재밌다. 참 희한하게 그냥, 재밌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상태로 경기를 챙겨볼 예정이다. 아마도 내년엔 미국에서 경기를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작가의 이전글 덕후보다 먼 머글보다는 가까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