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일본의 카페

카페에 남은 쇼와(昭和)의 속도

by Sam의 기억 궁전


쇼와 시대 모습을 간직한 카페에 들어가면, 시간은 늘 조금 늦게 흐른다.

쇼와(昭和)는 일본의 연호로,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쇼와(昭和) 카페의 문을 여는 순간 울리는 종소리, 낮은 조도의 전구, 윤기가 사라진 목재 테이블, 그리고 벽 한쪽에 걸린 빛바랜 커피 메뉴판. 이 공간은 유행을 좇지 않는다. 오히려 유행이 이곳을 피해 간 것처럼 보인다. 쇼와 카페는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변하지 않기로 선택한 장소’다.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고집일까, 아니면 전략일까.


쇼와 카페의 주인들은 대개 말수가 적다. 새로운 원두나 트렌디한 디저트를 설명하기보다, “늘 하던 대로”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한다. 그 태도는 때로는 불친절해 보이고, 때로는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고집은 단순한 완고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시간을 팔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확신에 가깝다. 이 카페가 제공하는 것은 커피의 맛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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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죠지는 이런 쇼와적 감각이 유난히 잘 살아남아 있는 동네다. 재개발과 트렌디한 상업시설이 공존하면서도, 골목 하나만 들어가면 40년은 가뿐히 넘긴 카페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쇼와 카페는 경쟁에서 밀려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선택지 중 하나로 당당히 존재한다. 최신 인테리어의 카페 옆에서, 쇼와 카페는 다른 기준으로 경쟁한다. 빠름이 아닌 느림으로,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으로.

흥미로운 점은 이 ‘변하지 않음’이 오히려 경쟁력이 되는 순간이다. 모두가 비슷한 인테리어, 비슷한 메뉴, 비슷한 톤앤매너를 취할 때, 쇼와 카페는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이곳은 비교 대상이 없다. 더 맛있는 커피와 경쟁하지 않고, 더 예쁜 공간과도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이곳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가진다. 그것은 브랜드라기보다 기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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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쇼와 카페의 변화는 매우 느리고, 조심스럽다. 계산대 옆에 놓인 QR 결제, 메뉴판의 아주 작은 글씨 수정, 혹은 손님이 너무 줄었을 때의 영업시간 조정. 변화는 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된다. 핵심은 유지되고, 주변만 조금씩 달라진다. 이는 무변화가 아니라, 철저히 관리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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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쇼와 카페는 과거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속도에 대한 질문이다. 모두가 앞으로 달려갈 때, 한 자리에 서 있는 선택. 그것은 고집일 수도 있고,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고집 덕분에 이 카페들은 오늘도 키치죠지의 어느 골목에서, 같은 맛의 커피와 같은 공기의 시간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떤 손님들에게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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