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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감성 Jul 22. 2021

남들 다하는 그놈의 한방이 문제다

너를 기다리며 #1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다. 어리바리 신혼초를 보내고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가지고 사는 것에 이견이 없어 슬슬 자연임신 시도를 하던 차였다. 처음에는 한방에 성공하자며 호기롭게 산부인과에서 배란일까지 받아 시도했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산부인과는 배란일만 받으러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갈 때마다 난포 크기를 재며 예측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꼴로 가야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다니는 것이 힘에 부쳤고 직장에서 눈치도 보였다. 배테기를 사용하면서 산부인과를 안 가게 되었다. 그렇게 매번 가임기를 보내면서 어떤 날은 배란일을 못 맞춰서 어떤 날은 배란일을 맞췄지만 수정과 착상이 안되어서 실패를 번번이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결혼한 지 1년이 넘었고 슬슬 주위에서 안부 삼아 아기 소식을 물었다.


문제는 주위에서 나와 비슷하게 결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비슷하게 혹은 나보다 늦게 결혼한 사람들이 임신을 했거나 허니문에 성공해서 출산을 했다. 슬펐다. 그리고 넌덜머리가 났다. 태어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전까지도 끊임없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임신조차도 내 안의 경쟁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주위의 잡음 소리가 없었더라면 더 편안하게 임신 준비를 했을 텐데.


넷플릭스 영화 나의 마더

생리가 끝나고 배란이 되고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주입하면 수정되고 착상되고 임신이 될 텐데 나에게는 이런 어김없는 수학적 논리가 맞지 않았다. 넷플릭스 영화 '나의 마더'에 보면 배아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인에서 하나의 제품 만들어지는데,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임신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흔히들 임신은 신의 영역이라 하는데 그 말이 맞나 보다.


앞으로는 임신에 대해 관점을 바꿔 보려고 한다. 임신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확률이 아니라 나와 그가 만나 하나의 생명체를 갖는 것이고 몇억 분의 일의 기적의 확률이며 나와 그의 임계점 끝에 생겨난 귀중한 생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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