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이유
너를 기다리며 #2
임테기 두 줄. 누구에게는 공포스럽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간절한 기다림이다. 얼리 임테기 같은 경우 배란일로부터 10일만 지나도 임신이 됐는지 안됐는지 결과를 알려준다. 나는 임테기에 손을 잘 대지 않는다. 임신 시도 처음에는 미련 없이 임테기에 손을 대곤 했는데 횟수 시도가 높아질수록 망설여진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크고 임테기에 그 여진 한 줄이 칼날이 되어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희망고문은 사회 곳곳에도 존재하지만 임신을 기다리는 이에게도 항상 있다. 임신 전 증상이 생리 전 증후군과 정말 비슷하기 때문이다. 임신 준비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생리주기에 맞춰 생리 예정 시기에 항상 같은 질문들이 올라온다.
- 생리통처럼 배가 아픈데 임신인가요?
- 속이 울렁거리는데 임신인가요?
- 몸에 미열이 나고 몸살 걸린 것 같이 아픈데 임신인가요?
- 가슴통증 생리통이 있다가 없어졌는데 임신인가요?
- 얼굴이 자꾸 화끈거리는데 임신인가요?
- 생리 전 냉이 나오는데 임신인가요?
- 잠이 계속 오는데 임신인가요?
사실 이런 증상들은 임신 증상이면서 생리 전 증후군이다. 이런 생리 전 증후군 증상은 간절한 사람에게 더 자주 발현되며 더 강하게 발현된다. 임신이 간절하면 몸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조그마한 증상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들은 나를 하늘 끝으로 올라가게 했다가 땅끝으로 추락하게 만들었다. 배란 후 에는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후기들을 보느라 바쁘다. 이런 증상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임신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임신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임신도 안 했는데도 미열이 나고 냉이 나오고 가슴이 아프고 입덧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였다. 그러나 홍양이 찾아오고 어김없이 또다시 나의 희망은 짓밟혔다.
임신을 기다리는 이에게는 임테기 한 줄은 너무나도 잔인하다. 생리가 끝나면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잔뜩 품다가 배란이 되고 생리 7일 전부터는 그 희망이 풍선처럼 커졌다가 임테기 한 줄이 그 풍선을 찔러 버린다. 임신을 끊임없이 준비하는 이들은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가. 끊임없이 희망을 짓밟아버리는 임테기 한 줄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 희망의 씨앗을 심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