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신경쓰기

‘나’를 잃지 않기

by 한수

내가 있는 이 자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약속했으니까요. 인간관계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아내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은 자제하도록 합니다. 아내를 위해 시간을 비워 놓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의 가정을 가장 우선에 두어야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저처럼 실수할 수 있거든요.


신혼초에는 아내를 제 곁에만 두려고 했습니다.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약간 뾰루퉁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 워크숍을 떠날 때도 섭섭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보다 친구가 좋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꼭 가야 하느냐.” 짜증을 내고 싶기도 했지요.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감추어 지는 것도 아니었지요. 저는 그렇게 아내를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습니다. 나의 반경에 상대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늘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안정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던 건 확실해 보입니다.


무조건 함께해야 마땅하다는 듯 행동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낯선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가능한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맞춰 가야지 하고 지내 왔는데,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어요. 나의 선호가 사라지고 나의 주장이 사라졌습니다. 나 자체가 흐릿해지는 느낌이었지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은 좋지만 그로 인해 나의 모습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 생각은 아내에게까지 다다랐습니다. 아내를 너무 속박한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가끔은 혼자 조용히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런 것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나만 바라보라고 했더라고요.


소중함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둘이 있는 게 싫어서가 아니에요. 사람에게는 여러 종류의 관계와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날 너무 잡아 두어서 미안하다고요. 서운하고 싫었지만 타당한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요. 이제는 만나고 싶은 친구들 편히 만나라고 했습니다. 괜히 떼쓰지 않겠다고 했어요. 제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되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내도 나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없는 행복은 행복이 아니에요. 나를 잃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상대를 보듬어 주는 것처럼 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신경 써 주세요. 필요하다면 나만의 것, 나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부부 각자가 스스로를 지켜 나갈 때 더욱 건강한 결혼생활이 가능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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