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내어 주기

결혼의 목적에 대해

by 한수

“집에서 잡혀 살아?”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이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남편에게 하는 걱정이며 비아냥입니다. 아내의 의견이 옳기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에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표현은 다르더라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은 주도권 잡기를 원합니다. 아내는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해요. 중요한 건 내 의견이지 아내의 의견이 아니니까요. 아내가 나와 다른 의견을 내면 대든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여나 내가 아내를 따르는 듯 보인다면 매우 불쾌해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그 사실만으로 창피해 하지요. 당연히 아내를 소중히 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밖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나는 내 뜻대로 한다.”며 호탕한 표정으로 웃습니다. 그래야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저 역시 잡혀 산다고 할 만합니다. 물건을 살 때도 허락을 받고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때도 보통은 먼저 물어보거든요. 필요하다 하면 아내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발도 씻겨 주고 실력은 없지만 주물러 주기도 해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이상하거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결혼은 두 사람의 결정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사람이 결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그것이 가능한들 그리 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기 원하는 상대에게 “나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진심을 담아 “나와 결혼하세요.” 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건 강요니까요. 나와 결혼하겠다는 아내의 결정 속에 ‘늘 당신의 주도 하에 있겠다.’는 다짐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상대를 굴복시키고 끌고 가는 게 결혼의 목적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기를 바란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다면서요. 사회에서 당하는 다양한 차별에 그리도 치를 떨면서 배우자에게는 주도권이니 뭐니 하며 군림하려 하다니요.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혹시나 가지고 있을 그 마음과 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저는 그 결혼 반대합니다.


경쟁하지 마세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힘을 합치고 발을 맞춰 걸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를 존중해야 하지요. 내 의견만큼 상대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경청해 주세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게 아니라면 나의 선호나 의견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때로는 상대의 편안함을 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상대가 좋으면 나의 마음도 좋으니까요. 그래서 연애할 때 그렇게 공들인 것 아닌가요?


물론 아내의 말이 모두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반대 의견을 내놓을 줄도 알아야겠지요. 다만, 논리를 앞세워 옳고 그름을 따지고 정교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경우에만 하면 됩니다. 매번 그렇게 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거예요.


왜 결혼하기로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왜 이 사람이어야만 했는지 되새겨 보세요. 내가 기대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를 위해 주도권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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