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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Aug 25.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13

사람 사는 곳, 그 여자네 집.

2012년 7월~11월 말


2012년 가을을 차지한 씬, '그 여자네 집'

이미 배경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 완성했으므로(다행히!!!), 이를 무대로 캐릭터들과 함께 이야기를 전개시키면 됐다. 배경이라는 세트가 만들어진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불 태운 보람이 있었어..



동자와 토끼가 사는 세상을 묘사할 때는 배경은 다채롭고 자유롭게 쓰되 단조로운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이 '그 여자네 집'의 구성은 한정된 배경 안에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어찌된 영문인지 젊지만 홀로 사는듯한 여자가 등장한다.  겉절이로 검은 고양이도 그 주변을 멤돈다. 이 녀석도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
여자네 집 우체통에 계속 똥을 싸지르는 나쁜 비둘기도 등장.
멀리서 여자를 흠모하고 있는 남자도 있다.
말썽꾸러기 동네 꼬마 3인방도 등장.(그림에 등장한건 그들중 둘)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편지가 든 유리병도 있다.

 '그 여자의 집'장면은 전체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 라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동자와 토끼씬을 그릴 때는 스토리보다는 배경의 오묘함이나 캐릭터의 묘사에 신경을 썼다면, 이 파트는 캐릭터들이 특정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 행동'을 더 명확히 그려내고 설명하는데 신경을 썼다. 

<편지를 받아들고 들뜬 여자>원화.

 단, 여기 등장하는 '못된 비둘기'는 '못됐다'라는 성격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성에도 신경을 썼다.

반전의 비둘기!!


 여자-비둘기-고양이-남자-꼬맹이 3인방-우체통과 빈 병-편지

이 요소들이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지 보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다가 이들의 모든 이야기를 적을까 하다가 관뒀다.

그건 완전 큰 스포니까!!!!! 

.. 혹시나 나중에 애니메이션을 찾아 보실 분들을 위해 비매너 스포는 살포시 접기로 했다.





 앞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이야기나 캐릭터, 배경, 스토리보드까지 대부분 다뤘기 때문에 남겨진 작업에 대해 얘기할 거리들이 그리 많지 않다.(쩝..)  이제 눈앞에 남은 건 산처럼 남은 원동화를 그려내고 그것을 스캔 뜨고 편집을 통해 최종 타이밍을 확인하는 것. 그것의 반복 또 반복이었다. 그렇게 약간은 멍하게 앉아 내가 오늘 몇 장의 원동화를 그릴 수 있는지 한번 볼까-라던가 하루 동안 쉬지 않고 스캔을 받으면 몇 장까지 받을 수 있는지 헤아려볼까-등등 스스로 세웠던 스코어를 깨부수며(동화는 약 200장 스캔은 약 1500장 정도가 최대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소소한 사건을 나만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나날들이 쭉 이어졌다.  


어느 날 은사님께 

"작업이 너무 힘듭니다. 애초에 이 작업을 왜 했을지 생각이 들 만큼 힘이  듭니다"라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돌아온 은사님의 답변을 듣고 나름의 위안을 얻었는데,  내용인즉슨-


떤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이 작품을 하면서 특별히 좋았던(즐거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나에게 있어 애니메이션 작업은 언제나 고통일 뿐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왜 이 고통스러운 작업을 시작했나 후회하면서 힘들게 작업하곤 한다.'


아. 남들도 그러했구나- 그리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머쓱하기도 하면서 깊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이러저러해도 내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가슴 쨍하게 울리는 시리고 푸른, 그런 일이다.


즐겁게 마주하라!!!! 거대한 작화지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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