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urbet Jul 15. 2017

북한산 둘레길 8코스 - 구름정원길

일상의 중간 어디쯤에선가 잠시 짧은 여행이 필요하다


우리 집은 산 자락의 중턱에 있다. 매일 등산하듯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고 있다. 


언덕을 오를 때마다 힘들긴 하지만, 매일 아침 멋진 산봉우리와 범상치 않은 기세의 큰 바위를 보는 낙이 있다. 그리고, 아침엔, 각종 산새들의 지저귐을, 저녁엔 산개구리의 떼창을 들을 수 있다. 


요즘 시간 날 때마다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한다. 우리 동네 뒷산은 북한산이다. 


전국의 명산 중에서도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북한산. 그 대단한 북한산을 동네 뒷산으로 두고 있으니, 왠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 우리 동네 뒷산은 북한산이다 ]



북한산 봉우리에 오르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대신, 가볍게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를 잇는 북한산 둘레길은 21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8 코스인 구름정원길이 바로 우리 동네 뒷산이다. 


구름정원길은 불광사 입구에서 시작된다.  아파트 단지 뒷길로 이어진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구름정원길 이정표와 함께 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금세 완만한 능선길에 이르게 된다.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면, 나무 가지 사이로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인다. 


아파트 단지를 멀리서 내려다보니, 다 똑같은 사각의 시멘트 덩어리다. 우린, 슬프게도 그 사각의 시멘트 덩어리 속 분할된 사각의 공간 안에 들어가 살고 있다. 



[ 우리는 시멘트 덩어리 속 사각의 분할된 공간 안에 살고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내려다보니, 그저 다 똑같이 생긴 사각형일 뿐인데, 어느 집은 4억이고, 어느 집은 5억이니,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다 그저 그런 사각의 시멘트 덩어리일 뿐이다. 전혀 아름답지도, 멋지지도 않은...


능선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은평구 주변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다양하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사이사이로 좀 낮은 빌라도 보이고, 주택도 있고, 백화점도 보이고, 빌딩도 있다. 


그리고, 저만치 다른 산도 보이고, 또 어딘가엔 재래시장도 있다. 이 곳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는 모습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한 동네에 이렇게 다양한 사는 모습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삶의 터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도 조금 신기했다.  저 안에서는 지금도 오늘 세상이 끝날 것처럼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죽을 듯 아둥 바둥 살지만, 사실 오늘 하루가 끝이 아니다. 오늘이 끝나면, 내일이 온다. 


나는 지금 그 치열한 하루에서 잠시 벗어나, 구름 위에 올라와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다고, 내 치열한 하루가 잠시 정지되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기분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리고, 생각이 조금 많아진다.


가끔은 이렇게 일상의 한 복판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먼 시선으로 일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무한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그럴 때, 잠시 나를 되돌아보자. 나는 어디쯤 와 있는지.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한껏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려오면, 이제 시야가 탁 트인 구름다리가 이어진다. 오른편으로는 기세 좋은 너른 바위가 벽처럼 서 있고, 왼편으로는 아까 전망대에서 보았던 도시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 구름정원길의 하이라이트, 스카이워크 브릿지 ]


이 다리를 걷고 있으면, 구름 정원을 산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가 바로 구름정원길의 하이라이트다. 

하늘 다리를 건너면, 잠시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이 숲을 통과하고 나면, 나무 숲 사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사이사이로 우리 일상의 터전이 잠시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끝은 다시 아파트 단지, 우리 일상의 터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약 40분 정도의 짧은 산책이었지만, 잠시 나의 일상과 단절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


동네 뒷산은 나에게 참 소중하다. 잠깐 마음만 먹으면, 이 복잡한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지만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매일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일상의 중간 어디쯤에선가 잠시 잠시의 아주 짧은 여행이 필요하다. 동네 뒷산은 나에게 그런 공간이다.  잠시 떠날 수 있는…


(글/사진) Trippers



매거진의 이전글 도심 속의 힐링 산책, 하늘공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