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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Aug 26. 2018

돌아오라, 까스까이스로

포르투갈, 까스까이스

포르투갈 까스까이스

돌아오라, 까스까이스로


오후가 되니, 햇살의 온도가 따뜻해진다. 잠시 쌀쌀했던 아침 공기 탓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와 있는 이 곳은 태양과 정열의 땅, 이베리아 반도가 아닌가?  등줄기가 약간 따가울 정도로 기분 좋은 햇살이 온 세상에 내려오고 있었다. 여행자에게는 역시 우중충한 날씨보단 밝은 햇살이 반가운 법이다.  


그 반가운 햇살을 쫒아 로카곶에서 버스를 타고 까스까이스로 향했다.  신트라에서 출발하는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타고 약 40분. 리스본 근교의 가장 인기 있는 휴양 해변, 까스까이스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조금 더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멋진 해변이 있었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로카곶 만큼 장엄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 곳보다는 좀더 편안한 휴양지의 느낌이 있었다. 


금빛 넘실대는 망망대해 위에 요트를 띄우고, 파도에 실려 윈드서핑을 즐기며,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 이 모든 즐거운 풍경들을 바라보면, 해변의 노천 카페에 앉아 열대 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는 곳. 리스본 사람들에게는 언제라도 일상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곳, 바로 까스까이스의 해변이었다. 어쩌면, 지구촌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어린 시절 이 곳에서 뛰어 놀던 시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까스까이스 해변



리스본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변, 까스까이스. 나는 이 곳을 단지 리스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경유지로 잠시 드렸을 뿐이지만, 그 잠시 머문 짧은 시간 동안에도 그 해변의 즐거운 풍경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1시간 정도 이 곳에 잠시 머문 뒤, 리스본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까스까이스에서 리스본으로 향하는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포르투갈의 해변이 나를 유혹했다. 


"돌아오라, 까스까이스로" 라고 외치는 듯. 파도 소리가 창 밖으로 어렴풋이 들려온다. 그 순간이 12년 전이 아닌 바로 오늘이었다면, 나는 당장 까스까이스로 돌아갔으리라. 



까스까이스는 리스본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해변이다



그러고보니, 문득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이베리아 반도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서편으로는 대서양, 동편으로는 스페인이라는 강대국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포르투갈은 일찌감치 대서양의 넓은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났고, 그 결과 한 시대를 풍미한 정복자가 될 수 있었다.  


포르투갈 영토의 한 면은 모두 바다와 접해 있다. 그 길고 긴 해변, 그 멋진 햇살과 파도는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 포르투갈의 바다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설렘으로 남아 있었고, 그 설렘은 얼마 전 나를 다시 포르투갈의 바다로 떠나게 했었다. 포르투갈의 바다, 그리고 햇살은 스페인의 그것보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그 보다 조금 더 감성적인 느낌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자체가 그렇다. 한 때 세계를 제패했던 거대한 제국, 하지만, 지금은 유럽의 빈국으로 전락한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높은 나라. 이 나라의 곳곳을 다니다보면, 오랜 세월에 빛바래 가는 대항해 시대의 화려한 유적들 사이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소박함이 느껴진다.


이 제국의 흥망과 성쇠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는 늘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늘 그대로 행복했었다. 행복이란, 어쩌면, 원시의 자연 속에 그 해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난하지만, 여전히 행복한 사람들. 그리고, 한 때의 영광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나는 이 사람들의 편안한 미소가 좋다. 


까스까이스에서 리스본으로 돌아오던 열차 속에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바다는 끊임없이 열차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그 곳으로부터, 그 때의 기억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떠나와 있지만, 언젠가 다시 또 떠날 것이다. 


대서양의 파도가 밀려오는 포르투갈의 어느 한적한 해변으로...




2006.10

Cascais, Portugal

By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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