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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시민을 부른다

[과학기술의 미래와 상상] 12

by 사이에살다

AI 음성비서에게 오늘 날씨를 묻는다. 출근길에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뉴스를 읽고, 점심시간에는 AI가 제안한 식당을 찾아간다. 오후에는 챗봇과 대화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에는 AI가 큐레이션 한 영상을 시청한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가능성이 현실 전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AGI는 25%의 확률로 2027년까지, 50%의 확률로 2031년까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020년까지만 해도 AGI는 50년 후의 일로 여겨졌지만,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등장으로 그 타임라인은 극적으로 단축되었다.


AGI가 도래한다면 그 영향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 권리와 책임, 사회적 계약, 디지털 참여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글에서는 AI의 개념과 발전 과정, 좁은 AI에서 AGI로의 진화, 그리고 AGI가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정치경제적 갈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AGI 시대에 요구되는 '디지털시민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1. 인공지능의 이해


인공지능의 시작과 진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1950년 앨런 튜링(Alan Turing)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 1956년,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면서 AI 연구는 본격적인 학문 분야로 자리 잡았다. 초기 AI 연구는 논리적 규칙 기반(symbolic AI) 방식이 중심이었다. 인간이 직접 규칙을 프로그래밍하여 기계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다루기에 한계가 있었다. 1980년대부터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AI는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패턴을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빅데이터와 컴퓨팅 파워의 발전으로 신경망(neural networks)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2년 ImageNet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딥러닝 모델이 압도적 성능을 보인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되었다.

다트머스 회의에 모였던 이들



인공지능의 개념과 특징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적 기능(학습, 문제해결, 인식, 추론 등)을 컴퓨터 시스템이 모방하거나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술 체계다. 현대 AI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 기반 학습 :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 모델을 생성한다. 데이터의 양과 질이 AI 성능을 좌우한다.

자동화와 효율성 : 반복적이고 복잡한 작업을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24시간 작동 가능하며 피로하지 않는다.

특정 영역 특화 : 현재 대부분의 AI는 하나의 목적에 맞춰 설계된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이다. 이메일 스팸 필터는 스팸 분류만 잘하고, 얼굴 인식 시스템은 얼굴 식별만 수행한다.

빠른 응답과 확장성 : 클라우드 컴퓨팅과 GPU 병렬처리 기술로 대규모 응용이 가능해졌다.


좁은 인공지능(Narrow AI)과 인공 일반 지능(AGI)


좁은 인공지능(Narrow AI) 혹은 약한 인공지능(Weak AI)은 특정한 작업만 수행할 수 있는 AI를 가리킨다. 챗봇은 대화만, 음성비서는 명령 실행만, 이미지 인식 시스템은 시각 정보 처리만 수행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AI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인공 일반 지능(AGI)은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지적 작업을 스스로 학습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AI를 의미한다. AGI는 특정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전에 학습하지 않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IBM의 정의에 따르면, AGI는 "인간 수준의 학습, 지각, 인지적 유연성을 달성한 인공 기계 지능"이다.


AGI와 Narrow AI의 핵심적 차이는 '일반화 능력(generalization)'에 있다. 체스 AI는 아무리 뛰어나도 바둑을 두지 못하지만, AGI는 체스를 학습한 후 그 원리를 응용하여 바둑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여 전혀 새로운 게임도 빠르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발전 단계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AGI로 가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중간 단계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 패턴을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GPT 시리즈는 텍스트를, DALL-E나 Midjourney는 이미지를, Suno는 음악을 생성한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단순히 명령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환경을 인식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고, 결과를 평가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다음 주 휴가 계획 짜줘"라는 요청을 받으면, 에이전틱 AI는 날씨를 확인하고, 항공권과 호텔을 검색하며, 예산을 고려하여 최적의 계획을 제시한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공지능 기계장치다.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AI와 달리, 센서로 환경을 감지하고 액추에이터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한다.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물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설계와 안전 기준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결국 AGI로 향한 길목이며, 우리의 일상과 시민적 삶을 새롭게 디자인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2. AGI가 초래할 갈등


AGI가 현실화할 경우, 여러 차원에서 전례 없는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와 구조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윤리적 갈등: 책임과 신뢰의 위기


AGI가 자율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누가 책임지는가?"이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제조사인가, 프로그래머인가, 소유자인가, 아니면 AI 자체인가? AGI가 의료 진단에서 오류를 범했을 때, AGI가 작성한 법률 조언이 잘못되었을 때, AGI가 금융 투자 결정으로 손실을 입혔을 때—책임의 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더 근본적으로, AGI의 결정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가?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 연구가 활발하지만, AGI의 복잡한 추론 과정을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법적 갈등: 낡은 법 체계의 한계


현행 법 체계는 인간 행위자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AGI가 창작한 예술 작품이나 발명의 저작권·특허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GI가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AGI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인권을 침해했을 때 어떤 법적 처벌이 가능한가? 개인정보 보호도 심각한 문제다. AG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 유럽연합의 GDPR이나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AI 시대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AGI의 능력은 법 제정 속도를 훨씬 앞지를 수 있다.


사회적 갈등: 일자리와 불평등의 심화


AGI는 단순 노동뿐 아니라 지식 노동까지 대체할 수 있다. 법률 검토, 의료 진단, 재무 분석, 교육, 예술 창작—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분야들까지 자동화될 수 있다. 일부 연구는 AGI가 2030년까지 현재 직업의 5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격차의 심화다. AG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새로운 계급을 만들 수 있다. 기술을 소유한 소수와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다수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정치경제적 갈등: 권력의 집중과 안보 위협


AGI 개발과 통제권은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OpenAI, Google, Meta 등)과 강대국(미국, 중국 등)에 집중되고 있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37개국에서 72개의 AGI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자원과 기술력은 극소수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 불균형을 낳는다. AGI를 먼저 확보한 국가나 기업이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AGI가 군사적으로 활용될 경우, 자율 무기 시스템은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2014년 "완전한 AI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AGI가 판단하는 채용 알고리즘이나 범죄 예측 시스템이 인간의 편견을 학습해 차별적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I 정렬 문제(alignment problem)—AI의 목표를 인간의 가치와 일치시키는 문제—는 AGI 연구의 핵심 과제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미래는 낙관적일까, 비관적일까



3. AGI 시대의 디지털 시민성


디지털시민성


시민성(citizenship)은 전통적으로 국가와 법률 영역에서 개인이 갖는 권리·책임·참여를 뜻한다. 과학기술시민성(STS citizenship)은 기술 사회에서 시민이 기술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역량을 의미하며, AG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시민성을 "디지털 기술과 함께 창작, 작업, 공유, 소통, 학습에 자신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전국·글로벌 공동체에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모든 수준에서 책임감 있게 참여하며, 평생 학습에 참여하고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디지털 시민성을 크게 두 관점으로 이해한다. 하나는 디지털 사회에서도 시민성의 본질(참여, 권리, 책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민성 중심'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특정 소양과 역량(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윤리 등)을 강조하는 '역량 중심' 입장이다.


디지털 시민성은 인지적 영역(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지식정보 융합), 정의적 영역(성찰과 책임, 존중과 조화), 행동적 영역(디지털 사회 참여, 변혁적 행동)을 포괄하는 통합적 개념이다.


국제사회와 한국의 AI 윤리 거버넌스 노력


AG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각국은 AI 윤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1년 11월, UNESCO는 인류 최초의 글로벌 AI 윤리 표준인 '인공지능 윤리 권고안(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을 채택했다. 이는 194개 회원국 모두에 적용되며, 인권과 인간 존엄성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한다. 권고안은 투명성, 공정성, 인간 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환경과 생태계, 성평등, 교육과 연구, 건강과 사회복지 등 광범위한 정책 행동 영역을 제시한다.


권고안은 회원국들에게 영향평가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AI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포용적이고 투명하며 다학제적, 다자적, 다이해관계자적이 되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2023년에는 1,000명 이상의 기술 종사자들이 강력한 AI 시스템 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UNESCO는 모든 국가에 AI 윤리 권고안을 즉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2024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는 '글로벌 AI 윤리 및 거버넌스 관측소(Global AI Ethics and Governance Observatory)'가 출범하여, 각국의 AI 준비도 평가와 모범 사례 공유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AI 윤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 12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마련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AI) 윤리기준'을 심의·의결했다. 이 윤리기준은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AI for Humanity)'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한국 AI 윤리기준은 인간성을 구현하기 위한 3대 기본원칙(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합목적성 원칙)과 10대 핵심 요건(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침해금지, 공공성, 연대성, 데이터 관리,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을 제시한다.


특히 AI 개발 및 활용 전 단계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조하는 기준이 되고, 특정 분야에 제한되지 않는 범용성을 가진 일반원칙을 지향한다. 2024년에는 챗봇, 작문, 영상, 채용 등 분야별 '인공지능 윤리기준 실천을 위한 자율점검표'가 개발되어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은 AI 윤리를 추상적 원칙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AI는 윤리, 법,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AGI 시대 디지털시민성의 역할


AI 기술이 시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시민들은 단순히 기술 수혜자가 아니라 기술 거버넌스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시민성은 이러한 전환의 핵심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 : 생성형 AI가 만든 뉴스 기사, 이미지,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보는 누가 만들었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으며, 어떤 편향이 있을 수 있는가?"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비판적 리터러시는 생존 기술이 되고 있다.


윤리적 행동 : 디지털 공간에서의 행동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개인정보 처리, 알고리즘 투명성, 편향성 대응 등에서 시민적 책임이 요구된다. 한 연구자는 디지털 시민성으로서의 책임을 "성찰성, 도덕성, 설명성"으로 정의한다.


참여적 거버넌스 : AI 기술정책의 설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AI 규제에 대한 시민적 의견 표출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UNESCO 권고안은 AI에 영향받는 커뮤니티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AI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윤리 원칙이 소수 전문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포용성 : 기술 격차로 소외되는 집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디지털 소외 지역 주민들도 AGI 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특정 계층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


데이터 주권과 프라이버시 의식 : 개인정보 등 각각의 데이터를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활용하고, 목적 외 용도로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 알 권리와 통제할 권리를 인식해야 한다.


AGI가 불러올 구조적 갈등을 단순히 기술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담론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 디지털시민성의 핵심 과제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중요성


디지털 시민성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 AI 윤리기준은 "AI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을 다방면으로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단순히 기술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의 작동 원리, 알고리즘의 편향성, 데이터 윤리, 디지털 권리와 책임,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평생 학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개발자와 기획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그들의 결정이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리적 AI 설계 원칙, 공정성 평가 방법론, 책임 있는 AI 개발 프로세스 등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 결정자와 법조인들도 AI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AI 관련 법안을 만들고 판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UNESCO는 국가들이 인력의 역량과 기술을 확인하여 AI 분야의 강력한 규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시민성 관련 9가지 요소



4. 인공 일반 지능 AGI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


AGI는 아직 이론적·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화될수록 우리는 사회구조와 시민성의 재편성을 준비해야 한다. OpenAI는 "AGI가 성공적으로 창조된다면, 이 기술은 풍요를 증대시키고, 글로벌 경제를 활성화하며, 새로운 과학적 지식 발견을 돕고 가능성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라고 전망한다. 동시에 "AGI는 오용, 심각한 사고, 사회적 혼란의 위험도 함께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AGI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


앞으로 AGI가 가져올 미래상을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업무와 노동의 근본적 재구조화 : 초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지적·육체적 노동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시민의 역할과 권리도 재설계될 것이다. 단순 노동뿐 아니라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까지 영향받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보편적 기본소득(UBI), 노동시간 단축, 평생 재교육 시스템 같은 새로운 사회 안전망 논의가 필수적이다.


미디어와 정보 생태계의 완전한 변혁 :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가 미디어, 예술, 교육, 의료 분야를 바꾸며, 시민의 정보 이용 방식과 참여 방식이 변화할 것이다. 진실과 허구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시대에,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는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워터마크나 출처 표시를 의무화하는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


시민권 개념의 재해석 : AI 거버넌스, 책임성 알고리즘, 데이터 주권 등 시민권 개념이 기술의 맥락에서 재정의되어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권리—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알 권리, 잊힐 권리—가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 AI에 의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설명을 요구할 권리는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의 확립 시급 : AI 기술은 국경을 초월하여 작동하므로, 한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UNESCO의 AI 윤리 권고안, EU의 AI 법안, 미국의 AI 권리 장전 등 각국의 노력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국제적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처럼, AI 거버넌스를 위한 글로벌 합의가 요구된다.


디지털 포용성과 형평성이라는 핵심 과제 : 기술 격차가 심화될 경우 사회 불평등이 첨예화될 수 있다. AGI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가 배제된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봉건제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시민이 AGI 시대의 혜택을 누리고, 동시에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AG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


AG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학습하는 시민 : AI 기술의 기본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려는 태도. 완벽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머신러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AI의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 지식은 현대 시민의 필수 교양이 되고 있다.


비판적 시민 : 생성된 콘텐츠나 자동화된 판단에 대해 질문하고, 책임을 묻는 태도.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배제된 관점은 무엇인가? 이 AI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고,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AI의 결정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무조건 불신하는 것도 아닌, 합리적으로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여적 시민 : 기술정책과 거버넌스에 목소리를 내는 태도. 시민은 기술 개발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 배심원제, 시민 의회, 공론장, 온라인 청원 등 다양한 참여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 AI 윤리 위원회나 규제 기관에 시민 대표가 포함되어야 하며,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연대적 시민 : 기술이 소외시키는 집단이나 비인간 존재와의 연대를 고민하는 태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모두를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노인이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와주고,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개선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며, 개발도상국이 AI 기술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제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


윤리적 시민 : 기술을 사용할 때 타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태도. 생성형 AI로 타인을 사칭하거나 허위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지 않기,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기, AI 시스템의 편향성을 발견했을 때 신고하기 등 일상적 윤리 실천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사람들이 일하는 미래 사회





5. 마치며 : AI의 호출에 응답하기


"AI가 시민을 부른다."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GI는 기술적 산물이기 이전에 사회적 도전이며, 그 도전에 응답할 주체는 바로 우리, 시민이다. 이 호출에 응답하는 것은 기술이 만들어낸 세계에 수동적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기술과 함께 공동체를 설계하고 참여하는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AGI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기술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세상을 원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는 세상을 원하는가?" 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디지털 시민성은 그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자, AGI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나침반이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연대와 공감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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