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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에살다 Jan 05. 2021

세월호 침몰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리고 기독교

교회의 공적 활동을 위한 과학기술사회학적 제안


1.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그리고 과학기술 위험

  2014년 4월 16일에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사건, 2011년 4월부터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239명 사망자와 1528명의 폐질환자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체 참사, 이 두 사건은 한국 사회의 안전 수준을 보여주 한국이 위험사회라는 점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이 두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며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1)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PHMG, PGH, MCIT와 같은 원인 물질이 밝혀졌으며 제품에 들어가게 된 경가 알려지게 되었옥시 등 관련 회사와의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아직 침몰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현재 세월호가 가라앉은 원인 중 하나로 열려 있는 수밀문과 맨홀이 언급되고 있으며 방향타 밸브와 평형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2)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하여, 과학기술 위험에 대해 공학과 과학 차원의 원인만 있다고 보는 입장은 매우 좁은 시각이다. 두 참사 뒤에는 법과 제도라는 사회 배경도 존재한다. 2009년에 개정된 해운법 시행규칙으로 여객선 운용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18년을 운행하고 퇴역한 세월호가 다시 바다를 가를 수 있었다. 과한 이익 추구를 위해 옥시가 취한 원가절감, 유해 보고서 조작과 리베이트 제공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밖에도 과학기술위험에 대응하는 행정체계 문제도 있다. 안전 컨트롤 타워, 진도 VTS 통신, 세월호 항적기록, PHMG 국내 반입 허락과 위해성 검사 등에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옥시 기업연구소 연구원의 무지와 세월호 이후 정치적 갈등으로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를 둘러 싼 과학기술 위험이 지속되다.

  과학기술위험은 과학기술 사고가 일어날 확률과 그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정도를 뜻한다.(3)  이러한 정의는 과학기술위험의 정량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사실상 위험의 정량화는 어렵다. 통계자료가 빈약하며, 정확한 발생 확률 계산이 힘들고, 잠복되어 있는 피해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 그 자체가 복잡하여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4)  게다가 과학기술위험의 사회 배경은 위험의 정량화를 더욱 어렵게 하며 불확실성의 수위를 높인다.

과학기술사회학은 과학기술위험을 여러 층위에게 보며 위험의 특징과 불확실성 기제를 파악하며 위험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과학기술사회학이 과학기술위험과 관련하여 기독교회 활동에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지 탐색해보겠다. 과학기술위험을 제거하고자 하는 여러 접근방법들을 소개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하겠다.




2. 과학기술사회학이 보는 과학기술 위험

  과학기술 위험은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과학기술사회학은 당연히 위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과학기술 위험에 접근하는 위험사회, 탈정상과학, 하이브리드포럼 전략이 지닌 주요 특징과 의미를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 위험사회와 성찰적 근대화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론』에서 지난 산업화를 통해 쌓아 올린 성공을 누리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지칭하였다.(5) 산업사회에서 위험은 산업 활동의 부산물이었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사회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되었다. 예측 불확실성이 높은 기후변화만 해도 이에 대한 과학적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은 채, 인류 사회 전체에 대한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벡은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가 이 위험사회에서 요구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성찰성이란 반성과 더불어 자기대면(self-confronation)을 의미한다. 이 자기대면이란 근대를 근대의 원정신으로 조명하여 근대를 급진화하는 과정이다. 근대의 합리성에 대한 점검으로 새로운 근대를 열자는 것이다. 벡에 따르면, 자기대면으로 세계시민정신을 품은 정치적 시민이 생겨나 기존 제도들에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성찰적 근대화가 이루어진다.


나. 탈정상과학과 확장된 공동체


  기후변화뿐 아니라 합성생물학, 나노기술 등 신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기술 결과물에 대한 우리의 예측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확실치 않은 과학 사실을 통해 얻어낸 불확실한 예측에  인류의 미래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라베츠와 펀토비치는 이런 상황을 사실은 불확실하고, 가치는 다툼의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와 위험부담은 크고, 결정은 긴급해진 현실로 진단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현실에서는 과학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거나 감소시키는 탈정상과학 전략이 요구된다고 보았다.(6) 과학기술위험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식 증가이다. 탈정상과학 전략에 따르면, 빈약하여 불확실성을 높이는 과학 지식만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으니 인류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지식을 확장시켜 불확실성을 낮추어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확장된 공동체가 등장한다. 과학기술 위험 문제해결 및 정책결정 과정에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모두 동참하는 확장된 공동체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자는 것이다.(7)


다. 하이브리드포럼과 과학지식


  하이브리드포럼 전략은 과학기술 위험을 문제 원인이 아닌 결과로 보면서, 과학기술 위험을 과학기술과 사회의 공동생산 결과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8) 이 전략에 따르면, 과학기술 위험의 원인은 과학기술의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도 있을 수 있다.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 위험을 사회적인 측면에서만 다루려고 했다. 하이브리드포럼은 사회 변화와 더불어 과학기술 지식의 변화를 추구하여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을 낮추어 위험을 해결하고자 한다. 근위축증 환자의 가족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프랑스 근위축증협회는 질병 치료 연구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 협회는 당시 근위축증에 대한 빈약한 지식을 질병 위험의 원인으로 보면서, 근위축증에 관심 없는 연구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연구하게 했으며, 자체적으로 연구에 나섰다. 그리하여 근위축증에 대한 과학 지식이 쌓이게 되어 치료법이 발전하였다. 또한 근위축증협회는 TV 방송을 통해 모금과 더불어 병을 알리며 국민의 관심을 높였다. 협회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과학 연구실에서 사회 전반까지 여러 행위자들을 함께 묶어내었으며 이 결과 지식의 량이 증가하여 불확실성이 낮아지게 되었다. 프랑스 근위축증협회는 하이브리드포럼 전략을 사용하여 근위축증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나갔다.(9)



3. 과학기술 위험과 기독교회

  과학기술 위험이 편재한 위험사회에서 기독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월호 침몰 이후 기독교회는 세월호 침몰에 대한 ‘하나님의 뜻’과 관련한 갈등을 보였을 뿐 아니라 침몰 이후 벌어진 정치적 갈등 가운데 있었다. 한국 기독교 교회는 긴급 대처도 하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 도리어 한국 교회는 세월호 담론이 정치화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갈등을 일으키며 사회 각층의 연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한국 기독교회는 세월호 같은 과학기술 위험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로하며 공감해 나가야 한다.(10) 공감은 타자를 위한 존재인 기독교회의 고유 가치이다. 그런데 고난과 고통에 대한 공감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윤리적 성찰이며 관심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위험에 대한 과학기술사회학 논의들은 기독교회의 타자에 대한 공감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까?


가. 인간 책임으로의 전환


  벡의 위험사회가 추구하는 전략인 성찰적 근대화는 정치적 시민의 성찰과 각성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 형성을 과학기술 위험 해결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과학기술 위험에 대한 피동적인 자세가 아닌 책임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적 시민이 보인다. 세월호에 대해 하나님 뜻의 의미를 파악하는 시간이 한국 교회에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한국 교회에는 진중한 뇌와 성찰이 넘쳤다기보다, 도리어 좌우 갈등의 정치적 담론을 배경으로 하여 세월호 침몰을 한국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비유로 말하는 해석이 넘쳐났다. 이러한 한국 기독교회에 벡의 성찰적 근대화는 인간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는, 이 글 서두에서 살펴보았듯이, 분명 인간 책임문제가 있다. 정치, 경제, 제도 측면에서 보이는 직무유기와 뇌물, 그리고 과학기술 지식의 빈약성(무지)이 있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하나님 뜻이라 하기에는 인간의 책임의식 결여가 무척 커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참사를 다 하나님 뜻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우리는 하나님 뜻을 다 알지 못한다. 하나님이 자연계시로 주는 과학기술 지식의 성실한 학습과 활용은 인간의 책임이다. 위험 확산의 또 다른 배경이 되는 사회적 원인 역시 인간에게 신실한 책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회는 과학기술 위험과 관련하여 인간 책임에 무게를 두는 입장에서 사회윤리적 공감을 펼쳐나가야 한다.


나. 과학기술 안전을 위한 공공성 센터


  과학기술 위험은 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라베츠와 펀토비치가 제안한 탈정상과학 전략에서 주요한 활동 주체는 확장된 공동체이다. 이 확장된 공동체가 과학기술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과학기술 위험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킨다. 이 공동체에게 과학기술 위험과 그 반대편에 있는 과학기술 안전은 사사화시킬 대상이 아닌 공적 대상이다. 과학기술 위험과 과학기술 안전은 공공성의 문제이며 과제이다. 슈바이커에 따르면, 교회는 공공의 가치인 정의를 가르치고 배우며 정의롭게 살아가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증인이 되는 곳이다.(11) 그리고 스택하우스에 따르면, 신학센터인 교회는 여러 주제들을 통해 공공의 역역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켜나가야 한다.(12)  정의의 학습장이며 신학센터인 한국 기독교회는 과학기술 위험과 안전이 지닌 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자신의 공적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한국 교회는 개인, 집단, 심지어 교회의 이익을 위해 공적 가치인 안전이 훼손당하는 활동이나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해야 하며, 안전을 사회 담론의 대상이 되게 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공공의 가치인 정의와 정직을 강조하여 안전의 공적 가치를 힘써 함양하며 실천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회는 교회의 여러 활동과 관련하여 안전 가치를 실천하고 지역사회의 위험을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공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다. 의사소통과 안전 담론 형성


  과학기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식 증가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문가뿐 아니라 여러 사회 계층이 의사소통하면서 위험 요소를 찾아가며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사회학의 탈정상과학전략과 하이브리드포럼은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탈정상과학은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확장된 지식의 축적과 이를 위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고, 하이브리드포럼 역시 연구자로부터 일반 국민까지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삼으며 지식 증가를 꾀하여 불확실성을 줄여나간다. 한국 교회는 과학기술 위험 의사소통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국 교회 구성원은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 위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교회이다. 한국 교회는 교회 안팎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의사소통을 통해 확장된 안전공동체나 하이브리드포럼 구성을 촉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교회는 과학기술 지식 생성과정에 보다 안전이라는 가치가 스며들 수 있도록 안전 담론을 형성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



4. 나가며

  과학기술 위험을 제거하며 안전성을 높이는 활동은 생명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존하는 청지기 사명이자, 공동 창조자가 되어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인간 본연의 활동이다. 세월호 침몰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과학기술 위험으로 사회적 안전이 위협받는 한국은 분명 위험사회이다. 위험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국 교회는 안전을 위한 청지기 사명에 눈을 떠야 한다. 교회는 위험과 재난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이들과 공감하여 위로를 건네야 한다. 한국 교회는 세월호 유가족과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신의 신비를 나누어야 한다. 유가족과 피해자 옆에서 자신을 낮추고 비워 십자가 고통 속에 계신 예수를 한국 교회는 공감으로 증언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전능함으로 창조세계에 자신을 가두어버린 약한 하나님이 함께 고난당하였음을 침묵 가운데 한국 교회는 증언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 교회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과학기술위험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인간 책임에 무게를 두며 안전의 공공성을 위한 센터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의사소통을 통해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사랑 가운데 약한 몸이 되어 고통받는 이 옆에 계시는 하나님은 그에게 위로와 더불어 희망을 선물한다. 하나님은 고통과 고난 속에서 과거를 보는 것을 넘어 미래를 보게 한다.(13) 이게 세월호 침몰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과 유가족들을 향한 하나님 뜻일 것이다. 한국 기독교회는 과학기술 안전을 위한 공적 활동으로 이들에게 하나님 뜻과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1) 뉴스1, “이 총리, ‘사회적참사특조위’ 상임위원에게 임명장 수여”. http://news1.kr/articles/?3283036. 2018. 4. 18. 접속.

(2) MBC뉴스, “"세월호 침몰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열려있던 수밀문”,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584778_22663.html. 2018. 4. 18. 접속; JTBC 뉴스, “진상규명 박차…'방향타 밸브' 이상·평형수 탱크도 조사”, http://news.jtbc.joins.com/

   article/article.aspx?news_id=NB11619803. 2018. 4. 18. 접속.

(3) 강윤재(2014), “위험사회 속의 과학기술”, 『과학기술학의 세계』, 한국과학기술학회 저. 휴먼사이언스. 214쪽.

(4) 같은 책, 215쪽.

(5)  Beck, U., Risikogesellschaft, 홍성태 역(2014), 『위험사회론』, 새물결.

(6) Functowicz, S. and Ravetz, J.(1999), “Post-Normal Science: an insight now maturing”, Futures, Vol.31, pp.641-646.; Ravetz, J.(1999), “What is Post-Normal Science”, Futures, Vol.31. pp.647-653.

(7) Ibid.

(8)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 보는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동향과 전망』, 83권, 11-42쪽.

(9) Callon, M., Lascoumes, P. and Barthe, Y.(2009), Acting in an Uncertain World: an Essay on Technical Democracy, Cambridge, Mass: The MIT Press.

(10)  문시영(2015), “‘위험사회’의 공공신학적 성찰과 한국교회의 과제”, 『장신논단』 47권 4호, 177-199.

(11) Schweiker, W.(2000), “The Church as an Academy of Justice”, in The Local Church in a Global Era: Reflections for a New Century, ed. Stackhouse, M., Dearborn, T., and Peath, S.(Grand Rapids, MI: Wm. B. Eerdmans Publishing Co.)

(12) Stackhouse, M.(2000), “Public Theology and the Future of Democatic Society”, in The Local Church in a Global Era: Reflections for a New Century.

(13) 박영식(2015),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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