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우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걱정했죠. 강아지를 키우지도 않으면서, 뭣보다 포비아가 있어서 근처도 못 가면서 무슨 강아지들을 돕는다고-
너무 돈 벌려고 하는 것 같다는 소릴 들을 수도 있으니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수익금 전액 기부를 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실 ㅋ)
시작은 단순했어요. 포비아가 있다보니 애초에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제 인식 체계에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게 사실이에요. 신기하게도 제주에 살다보니 조금씩 관심이 가더라고요. 매일 보게 되니까요. 육지에서는 집-회사-집-회사-마트-쇼핑몰-백화점의 루틴이다보니 사실 잘 케어 받는 아이들만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주에서 운전하다보면 트럭에 어거지로 실린 채 이동하는 동물들도 자주 보이고, 들개화 되어 있어서 공포심을 주는, 하지만 원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자랐을 강아지들 등등-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면서 고민이 생겼었죠. 그래서 제주에서 안타까운 사연들도 방치된 동물들을 돕는 일을 해보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감수성도 부족하고 뭣보다 두려워서 다가가지도 못하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돕겠단 생각을 했고, 모자장수답게 모자를 열심히 만들어 기부를 하겠단 마음을 먹은 거죠. 그래서 공길언니도 만나게 됐고요. 재밌는 건 인생이 여기서 한번 재밌게 꼬입니다. 그냥 기부만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봉사활동에 나오라고 하시는 거에요. 난 개 근처에만 가도 경직이 되는데?
거절할 명분도 없고, 솔직히 기부금이 큰 것도 아니라서 못간다고 하면 그냥 진짜 소울리스처럼 보일까봐 마음을 진짜 단단히 먹었습니다. 그래도 용기가 잘 안나더라고요. 진짜 무섭거든요... 마음을 다잡고 결심을 한 게 그냥 열심히 노가다만 하고 강아지들 근처에는 얼씬도 안할 생각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웬 걸? 저만 보고 미친 듯이 짖어대던 4마리의 맹수(!)들이 저를 계속 핥는 거예요. 이 느물거리고 찝찝한 느낌이 점점 몽글몽글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제 손이 아이들의 머리과 등에 가 있는 거예요.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현장이 너무 바빠서 티도 못내고 혼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와우, 하느님 아버님 맙소사!
시작은 알량한 선민의식이었을 수도, 아니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위선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날의 경험은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아, 그렇다고 물론 제가 하루아침에 강아지들과 사랑에 빠지며 애견인이 된 건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겁도 많고, 뭣보다 그들을 케어할 만한 정보나 지식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요. 루프우프 프로젝트는 회사가 문을 닫기 전까지, 아니 닫더라도 어떻게든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요. 제주에 방치된 동물들을 돕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다보면 더 좋은 분들과 더 많이 연결되고, 부족한 제 역량을 덮어줄 많은 분들의 영향으로 조금 더 괜찮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이제 겨우 첫 삽을 뜬 것이고, 너무 소소한 금액이다보니 이런 말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오버스럽긴 하지만! 제 마음만큼은 이미 우주를 제패한 느낌입니다. 뽕이 차오를 때로 차오른 거죠. 제가 강아지들에게 손을 뻗었다니-
그래서 마지막 결심을 했습니다. 더 뻔뻔해지자. 더 열심히 모자를 팔자. 뻔뻔하게 말하고 다니면서 더 벌자. 기부금이 많아야 또 아이들 도우러 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이 뽕을 또 맞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