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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Nov 03. 2024

항마력 부족한 중년의 공감

<원의 독백> 책 리뷰

트레바리 멤버를 통해서 '원의독백'이란 채널을 처음 알았다. 그를 너무 존경해 그의 제자가 되었고, 이젠 자신만의 이야길 하고 싶다는 그의 얘기에 임승원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처음 본 영상이, 동시에 마지막으로 본 게 '만나이'란 컨텐츠였다. 마흔이 된 내게 서른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그의 고민은 귀여운, 솔직히 조금 오글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를 참게 하는 건 영상미. 눈이 즐거운 영상, 내가 만날 보던 수다로 점철된 토크가 아닌 진짜 '영상'이었다. 그 자리에서 몇 번을 봤다. 


홀린 듯 구독을 눌렀지만 차마 다른 영상을 보진 않았다. 항마력이 부족했기에. 그와 내가 다른 세대의 사람이고 공감할 수 없을 거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그는 이제 만으로도 서른이 넘었고 그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가 출간됐다. 책 역시 시선을 머물게 하는 비주얼. 그는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계속 내 눈을 낚아챘다. 출판사로부터 증정본을 받았지만 주저없이 다시 샀다. '존재'를 넘어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소비력이 있는 책이기에.

그러나 며칠 방치했다. 항마력이 여전히 부족했기에. 그러다가 웨이팅이 긴 식당에 간 김에 꺼내들었다. 29팀이 앞에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그는 이리저리 지저분하게 보라고 했지만 몰입해서 웹소설 읽듯이 그 자리에서 끝내버렸다. 다 봤지만 캐치테이블은 여전히 앞에 4팀이 남아 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원의 독백'과 달리 책 <원의 독백>에서 그의 말이 더 선명하게 들린다. 나를 붙잡았던 그 카메라 워킹도, 멋짐뿜뿜이던 영어 내레이션도 없었지만 그제야 그의 메시지가 보였다. 그의 주절거림이 책 안에서는 조용한 고함이었고 묵음의 절규였다. 욕망이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사람의 이야기에 흠쩍 젖어들었다.


세대차이로 공감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포인트에서 그에게 몰입했다. 공통점을 발견한 것. 우리는 한 때 이문동에 살았고, 취준 과정에서 몸서리칠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SBS 논술에서 난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신데렐라 언니는~~"이라는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이후 PD 시험을 포기했다. 평생의 꿈을 접은 게 아니라 접힌 기억이 같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적극적이며 동시에 무책임한 회피'에 공감했다. 내가 살던 그 때의 이문동 역시도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오롯이 책에 몰입했을 때 나오는 확장된 경험을 기대하지 않은 책에서, 지루하디 지루한 함덕의 국밥집 웨이팅 중에 느꼈다. 그의 이야기는 텁텁한데 몰입도를 지녔다. 이게 가능한 건 자기 치장을 벗겨낸 진짜 자기를 던질 수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유튜브는 그런 훈련의 장이었겠지.


우리는 의식적으로, 또 무의시적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치장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위장은 있다. 그도 분명 그럴 것이지만 적어도 이 책 안에서 그는 비닐 위장복을 입고 있다.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래서 재밌고 궁금하다. 앞으로 그가 던질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의 채널에 오랜만에 가보고 싶어진다.


추가로 산 책은 같이 읽었으면 하는 50대 선배에게 주려고 한다. 그가 어떻게 읽을지 너무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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