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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작 Jan 21. 2024

책 <윤미네 집>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집


“나무와 숲이 아름다운 유월이면, 우리 집 큰애 윤미가 시집간 지 2년이 된다. 지난해(1989년), 스물여섯이 된 윤미는 자기가 좋아하던 짝을 따라 그토록 정다웠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 우리 가족들 곁에서 날아갔다. 그것도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다.


그때쯤부터인가, 나는 무심결에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못된 습성이 생겼다. 김포 쪽 하늘에는 웬 비행기가 그토록 쉴 새도 없이 뜨고 또 내리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이다. 윤미가 없는 '윤미네 집'... 지금까지는 모두들 우리 집을 윤미네 집이라고 불렀었다. 그때서야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 일도 마무리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6년 동안 찍어둔 필름 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윤미 아버지 故전몽각 선생의 머리글中.  

     

첫딸 윤미가 태어날 때부터 시집갈 때까지, 몇십 년에 걸친 한 가족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토록 좋아하던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하늘로 돌아가신 윤미 아버지 故전몽각 선생. 연탄불 하나로 난방과 식사를 해결하고, 아무렇게나 기운 옷으로 방바닥에 뒹굴어대던 윤미 가족의 추억의 일상들이 내겐 전혀 궁상맞아 보이지 않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흑백사진들 속에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와 셔터 너머로 그들을 기록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떠오른다. 이젠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 그럴까, 그 흐뭇함은 그리움을 넘어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예술을 표방한 사진도 분명 그 장르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내겐 이러한 삶의 진솔한 기록들이 더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 감동에는 시간성이 더해져  더욱 코끝을 자극한다. 꼭 사진에 관심이 없더라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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