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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May 24. 2018

미야지마 히로시, [양반]

당신이 생각하는 조선시대 양반이란?

  양반이라고 하면 어떤 게 먼저 생각이 나시나요? 저는 '양반김'... 너무 아재스러운 드립이었네요.. 반성하며..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볼만한 게, 만약 '중인김', '노비김'이라고 했으면 아무도 안 사먹을 거예요. 양반이 먹는 김, 왠지 좋아 보이지 않나요? 이 김을 먹고 있으면 양반이 된 듯한 느낌. 그러니까 이름을 양반김이라고 붙였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반이라고 하면 18세기 박지원이 지은 '양반전'에 나오는 융통성 없는 양반이나, 하회탈춤에서 등장하는 어리숙하고 욕심만 많은 그런 계층을 떠올리기 않을까 싶습니다. 고급스럽지만 하층민을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자들이 양반이었을까요? 

  조선시대의 양반은 신분이기는 하지만 나라가 정한 신분은 아닙니다. 처음엔 문반과 무반을 합쳐서 가리키는 말이었죠. 그런데 문반과 무반은 과거시험을 통해서 뽑혔는데, 이 과거시험을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정해지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과거시험이 쉬운 시험이 아니었기에 다른 경제활동은 하지 않고 시험에만 몰두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붙을까 말까. 그러니 현실적으로 부자들만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특정한 집단 혹은 특정 가문에서 문무반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집단 혹은 가문을 가리켜 양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이렇게만 설명하면 양반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라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신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문화,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양반이라는 신분, 혹은 양반이라는 집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반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한 책이 있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양반]입니다.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양반]은 1996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1년 뒤인 1997년에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이후 2014년에 다시 출판사를 바꾸어 출간되었습니다. 먼저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국사, 특히 조선시대를 연구하고 있는 일본인 학자입니다. 교토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도카이대 문명학부 강사, 도쿄 도립대 인문학부 조교수,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등을 역임했고, 2002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셨고, 2010년부터는 도쿄대 명예 교수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한국사 책인데 일본인이 쓴 책을 소개한다고?' 하며 불쾌(?)해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식민사학을 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 사람이 중국사, 일본사를 공부하듯 미야지마 히로시도 일본인이지만 한국사를 공부한 것뿐입니다. 일본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서 너무 편견을 갖지 않고 보면 좋겠습니다.

  미야지마 교수의 [양반]은 정말 쉽게 양반이라는 계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양반김'이라고 쓸 정도로 익숙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 알지만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쉽고 자세하게 분석하여 설명합니다. 우리는 한국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땐 문법에 맞춰서 쓰려고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반대로 우리는 영어 문법을 공부하죠^^)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양반을 크게 둘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수도인 서울이나 그 주변에 대대로 거주하는 재경양반(경반), 다른 하나는 지방 농촌에서 거주하는 재지양반(향반)입니다.  재경양반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고 고위관직에 오른 명문 가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주 이씨, 파편 윤씨,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입니다. 이들 재경양반의 경우엔 사화 등과 같은 권력 변동에 따른 성쇠가 있었지만, 관료를 대대로 배출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사회적 특권 계층인 양반 신분으로 인지를 했습니다. 


  반면 재지양반은 양반으로 인식되는 기준이 재경양반과 달랐습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거 합격자 또는 과거에 합격하지는 않았지만 당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를 조상으로 모시며 그 조상으로부터의 계보 관계가 명확할 것
(2) 여러 대에 걸쳐 동일한 집락(集落)에 집단적으로 거주할 것. 이런 대대의 거주지를 세거지(世居地)라고 하는데, 세거지에서는 일반적으로 양반 가문이 동족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3) 양반의 생활양식을 보존할 것. 양반의 생활양식이란 조상 제사와 손님에 대한 접대를 정중히 행하는 동시에 일상적으로는 학문에 힘쓰고 자기 수양을 쌓는 것이다.
(4) 대대의 결혼 상대, 즉 혼족(婚族)도 (1)에서 (3)의 요건을 충족하는 집단에서 고를 것.


  일반적으로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 재지양반으로 사회적 인지를 얻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런 집단은 많지 않았습니다. 재지양반인가 아닌가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이었습니다. 즉 재지양반이 있는 그 사회의 상황에 따라 양반으로 간주되기도, 혹은 아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지양반에 대한 정의를 한 마디로 내리기 어렵습니다.


  미야지마 교수는 재지양반층이 어떻게 형성, 유지되었고, 그들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안동 권씨'라는 동족집단에 속한 권벌(權橃)이라는 사람과 그의 자손들을 통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미야지마 히로시 [양반] - 목차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해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2장부터 8장까지는 권벌의 가문을 통해서 재지양반의 특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야지마 교수가 사회경제사를 전공했기 때문에 권벌 가문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해서 아주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왜 양반이 노비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노비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사로만 양반을 접한 사람에겐 아주 재밌는 부분일 것입니다. 또 18세기 농서가 많이 저술된 이유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양반의 재산상속문서인 분재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조선사회가 어떻게 유교화가 진행되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책을 다 요약하는 건, 이 책을 읽으실 분들께 읽는 재미를 빼앗는 거니까 요약은 이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또 저작권 문제도 있습니다).        


                                          


  이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양반에 관한 꽤 재밌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또한 원래 이 책이 일본에서 출판된 만큼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많이 있어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막연히 알았던 양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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