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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14. 2024

내 심장아, 이제 그만 멈추어 줄래? #80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지난 십 년 동안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소문처럼 떠도는 미신을 믿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이 불편했고, 그곳에 갈 만큼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만인지 모르지만 정말 오랜만에 장례식에 다녀왔고, 다녀온 지 닷새만에 사고가 났다. 그때는 그냥 여느 때처럼 내가 운이 나빠서 그런 일이 생긴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언가 찝찝해졌다.

사람들은 미신이라 생각하면서도 상갓집에 다녀오면 소금을 뿌린다거나 하는 최소한의 샤머니즘을 따르곤 했다. 결혼식 등 좋은 일을 앞두고는 상갓집에 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나는 지인의 부친상에 참석했지만 그냥 일상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난생처음으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 여정은 웬일인지 편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이코노미석에선 음료 서비스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즈니스석에서 물은 서비스해 준다고 들었다. 이코노미석에서도 요청하면 물을 갖다 주기는 하지만 비즈니스석이라는 믿음에 마냥 기다렸고, 제주도에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느라 기회를 놓쳤다.

빨리 제주공항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수하물 찾는 곳에서 내 짐만 나오지 않았다. 여행객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방송이 나왔다. 알고 보니 항공사 승무원이 내 캐리어를 따로 챙겼는데 그게 비즈니스석 승객을 위한 나름 서비스였던 모양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다른 이코노미석 승객들과 함께 수하물을 기다렸다. 심지어 바로 옆에 승무원이 서있었지만 나와 사이에 기둥이 있었고, 그 기둥에 가려져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무얼 하든 계속 일이 꼬였고, 이상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장례식에 다녀온 지 닷새만에,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살짝 미끄러졌는데 내 다리는 그만 두 조각이 났다. 눈앞에서 내 무릎뼈가 두 조각으로 분리되는 그 광경이, 지금도 매일 슬로모션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이제는 꿈속으로 파고들었고, 잠들기 무서워 버티는 날이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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