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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치료 Moonjoo Sep 05. 2021

미술치료사의 자기분석(정신분석)3

정신분석을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하여..

앞선 글들을 통해 타인을 심리치료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기분석의 필요성과

저의 개인적인 자기분석의 필요성을 주절주절 늘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자기분석을 받는 것이 또 모든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미술치료든 언어치료든 모든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도구는 바로 <치료사>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미술치료실 안에서는 치료사이지만, 과연내가 치료도구로서 훌륭한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때면 아직은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합니다. 

저의 정서적인 이슈들이 스물스물 올라와 저를 지배할 때마다 이래가지고서야 내가 누굴 치료한단 말인가? 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괴로움이 놀랍게도 제가 내담자가 되었을 때 날카로운 창과 칼이 되어 분석가를 공격하게 되는 칼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던 거죠.......

제가 그러한 잣대로 분석가를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훌륭한 정신분석가인지 내가 두고 보겠어.' 라는 고약한 심보가 바탕에 깔리고,

회기당  12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 올때마다 

'돈 아깝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인거죠.

정말 이 마음은 웬만하면 글로 남기기 창피할 정도로 솔직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어떤 정신분석가는 회가당 20만원을 받기도 하고 그 금액은 천차 만별이기는 하나,

프로이드시절에도 당시에 돈 많은 귀부인들이 상담을 받으러 갔었듯,

여유없는 사람이라면 누가 정신분석을 받겠는가? 라는 의구심에는 여전히 답이 없습니다...

깝깝한 현실이죠...

여튼 그렇게 저의 자기분석은 시작되었고,

어느덧 42회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경험을 아주 자세히는 서술할 수 없지만,

정신분석상담이 일반상담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한 일반인들에게,

또 상담사분들이나 다른 예술치료사 분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1회기 --- 첫날의 기억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숙취가 깨지 않은 채 배고픔을 참고 꾸역 꾸역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을 하고 운적석에 앉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핸들을 잡는 손이 시렸다. 주차자리가 협소해서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다는 분석가의 말이 떠올라 차를 두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운좋게 주차자리가 있을수도 있지’ 라는 믿음을 가지고 출발했고, 상담센터에는 딱 10분전에 도착했고, 주차자리는 <운좋게> 딱 한자리가 있었다.

   카운터를 보는 사람은 없었고, 실내화를 갈아신고 대기자리에 앉아서 우롱차를 뜯어서 따라 마셨고, 곧 분석가 선생님은 방에서 나와 간단한 면담기록지를 주었다. 대기실에는 클래식 라디오가 조용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딜가나 상담센터는 클래식을 듣는 군’이라고 생각했다.  분석가를 소개시켜준 경은언니가 말한대로 원장님은 약간 못생긴 것 같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굳이 얼굴전체를 다 보지 않아도 눈모양새나 머리스타일이 그냥 못생긴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였다.

   2시 정각. 라디오에서 2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상담실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고, 길게 만들어진 원목식탁 끝에는 컴퓨터가 있었고, 벽면 양쪽 모두가 심리학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한마디 했다. “제가 꿈꾸던 작업실이네요” 선생님은 별 반응이 없었다. 속으로 ‘분석가 답구만.’ 이라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아마도 자주 듣는 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더니 두 손을 깍지 낀채 약간 풀려 보이는 눈동자로 나를 아무말 없이 바라보았다. 나는 눈치껏 말을 먼저 꺼냈다.

   이곳에 오게 된 이유, 경위,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사건과 나의 감정,,,,짧은 것 같았지만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말하는 와중에 간간이 끼어 들어 적절한 질문을 하셨다.

“왜 엄마와 연락을 끊게 되었지요?” “엄가가 그러한 행동을 할 때 왜 말리지 않았나요?” “본인이 아마도 풍비박산 나기를 바랬던 것 같네요.” “물음표가 많은 것에 비해서 그 답을 알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등.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선생님의 질문과 약간의 평가는 내 얘기를 정말로 객관적으로 듣고 객관적으로 질문을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짧은 평가들이지만 그 말씀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믿음이 생겼다. 경험이 많은 상담가 같다는 믿음과 내가 이 곳에서 상담을 오랫동안 잘 받을 수 있겠다 라는 가능성 같은 것을 느꼈다.   중간중간에 꿈을 너무 많이 꾼다는 말을 하자, “ 꿈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할까요?” 라고 하셨다. 이 역시 수긍이 갔다. 첫 만남부터 꿈 분석은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금방 50분은 지나갔고, 다음 약속 시간을 잡고 일어서서 나오는데 마음이 한결 가라 앉는 것 같았고, 배가 몹시 고팠다. 집근처 백화점으로 바로 향했고 항아리 수제비를 시켜서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가장 놀라운 것은 계좌번호를 카톡으로 먼저 보내 주신 거였다. 내가 공부하면서 배운바로는 내담자에게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 원칙이라고 알고있었는데, 아마도 카운터를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싶었다. 50분이었지만 과거 나의 성격장애가 살짝 의심되는 행적들을 분명히 말씀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감하게> 나에게 카톡을 먼저 보내다니? 내가 혹시 술을 먹거나 그야말로 뭔가 엄청나게 급한 일이 있어서 아무 때고 카톡을 하면 어쩌려고 이러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기 바라겠습니다” 라는 멘트는 학교에서 뵙는 교수님 같았다. 학생에게 응원해 주는 것 같아, 친근하게 여겨졌다. 저녁에는 선생님이 숙제로 내 주신 MMPI-2설문지에 답을 하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주 화요일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은근히 기대가 된다.



2회기 -- 기다려지는 만남



     날씨가 꽤 추웠다. 화장을 하면서 ‘왜 상담을 가는데 화장을 열심히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했던 말들 중에 여러 남자를 꼬실만큼 내가 예뻤다.....아니 지금도 예쁘다-라는 것을 선생님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맨 얼굴로 밖에 나가지 않는 나의 습관도 어쩌면 〈건강하지 못한〉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이 협소한 상담센터는 다행히 두 번째인 오늘도 주차자리가 있었다. 생각했던 상담의 목표에 대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마음의 평온” 이 아닌 “건강한 정신” 으로 사는 것이 목표라고.

작년에도 내 마음은 평온했다. 거의 평온했다. 하지만 나의 삶은 결코 건강한 삶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무얼까......? 진심으로 느끼고, 또 실천하며 살고 싶다.

   오늘 선생님은 여러번 웃으셨다. 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저..선생님 MMPI 답안지에 제 이름 안썼어요.” 라고 말하자. “응...괜찮아” 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말로 대꾸하시는 그 말투와 음성이 매우 친근하고 너그럽게 느껴졌다. 가까운 사이여서 반 말쯤은 해도 되는 친분이 있는 교수님 같은 ...그래서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 졌다.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이많고 훌륭하 사람? 이라고 느낀걸까?  상담 중 내가 사주이야기를 꺼내자 선생님은 웃으셨고, 여러번 나의 이야기에 웃으셨다. 내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아니면 내 이야기가 선생님이 예상한 어떤 틀을 엉뚱하게 벗어난 것이거나...

   지난번 분석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어서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그 분석가는 단 한번도 웃은적이 없었다. 나는 앞으로 꾸준히 안전하게 상담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선생님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하셨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에 선생님은 “사랑을 미움으로 표현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물어보셨지만 정말로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말에는 도저히 긍정하기 힘들다. 

  선생님과의 오늘 상담은 편안하고,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다음 상담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성공적인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3회기 --- 약간의 불쾌함


   오전부터 업체와 미팅이 있어서 일찍 집에서 나왔다. 경은언니와 점심을 먹고 센터에서 노닥거리다가 하마터먼 상담에 늦을 뻔 했다. 2시 59분에 도착하였고, 분석가는 내가 들어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앉더니 마스크를 쓰셨다. 아무말 없이 또 상담은 시작되었다.

   여행가서 밤새도록 엄마욕을 너무 많이 한 탓일까? 똑같은 말을 또 하려니 문득 <질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십년 전의 기억부터 몇 년전의 기억까지 과거에 있었던 온갖 해프닝들을 주절주절 떠든다는게 정말로 질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선생님에게 말햇더니 “벌써 지쳤어요?” 라고 말하셨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많은가보군. 싶었다. 과거 기억속의 엄마의 얼토당토 않은 행실들을 몇 가지 말할 때 마다 선생님은 숨가쁘게 반격을 가하듯. “왜 아빠한테 말하지 않앗죠? 오빠와 함께 공범자군요.” 라며 일종의 심판자 같은 추임새를 하셨다. 그 순간 순간마다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다. 어쩌면 엄마가 나쁜사람이라는 것을 공감해 주지 않고 ‘나를 탓하는거야. 지금?’ 이런 마음에서 들었던 불쾌감인 것 같다.  ‘당신은 상담자 잖아. 그럼 당연히 내 편을 들어주어야지. 짜증나.’ 이런 생각일 수도 있다. 아주 짧지만 그런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중간에 선생님은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이 엄마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 시간들은 지겨울수도 있다. 그러나 문주씨가 말한것처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설명하셨다. 조금 감정을 가라 앉히고 선생님에게 말을 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나도 모르게 오늘은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다. “성질만 빼면 정말 현모양처 감이군요.” 라는 나에대한 평가도 아주 낯설었다. 선생님은 아직 날 만난지 고작 3번이지....저렇게 얼토당토 않게 나를 보다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경은언니가 말한 것처럼 솔직하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또다른 ‘방어’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오히려 방어가 더 강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방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그러나 나는 방어하고 싶지 않다.

   내 생각과 느낌은 그렇다. 하지만 무의식은 열심히 방어를 할런지도 모른다. 무엇이 두려운걸까? 엄마를 용서하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요구? 남편과 화해하고 오순도순 지내라는 충고?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나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인가?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는 것인가? 여행 내내 소연이와 경은언니가 말했듯 나는 지나치게 ‘모순적’이라고 했다.  모순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답답하다.......오늘은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 다음 시간에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 스토리에 대해서 말해야 겠다. 그리고 선생님의 요구대로 나의 일대기를 A4 3장에 걸쳐서 간략하게 써 보았다. 쓰면서 느낀 것은 정말 2~30대는 뒤돌아 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안좋은 기억들이 많았구나...싶었다. 간략하게 쓰고 싶어서 표를 만든 것을 보면.


   무의식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내 무의식은 무엇을 방어하고 숨기고, 기억을 못하는 척 하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정말로 건강해지고 싶다. 선생님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지 말라고 하셨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가 지치거나 지겹다고 느끼는 과정을 겪지 않고 바로 결론과 솔루션을 원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그것을 저지하신 것 같다. 지겨워야하고 지쳐야하고 헤매어야 하나부다. 그것이 정신분석적 상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늘 느낀 두려움은 내가 엄마라는 여자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살아온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었다. 당연히 영향을 받아서 분명히 그 모습이야 있겠지만 설마 전부 다 똑같을까.....? 

   별로 오늘 상담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가 깊게 생각할수록 상담에 더 방해가 될 것 같다. 어떤 계산도 하지 않고 상담에 임하고 싶다. 그리고 솔직하게 내 느낌을 선생님께 다 말하고 싶다. 여튼 뭘 적어오라고 하다니, 참 좋은 상담자구나 라고 느꼈고 그렇게 말씀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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