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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동 May 28. 2018

미스터동의 베트남 여행기 5편

호치민

[지난 4편 이야기]


하루 종일 예쁜 카페를 돌아다니며 책을 읽고 다니던 미스터동.


저녁밥을 먹기 위해 카페서 나와 여행자 거리로 나선다. 그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루브르 박물관을 만난다.


그곳은 어디일까.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밤이 찾아온 것이다.



명화를 한 자리에서


이곳 여행자 거리엔 유화(painting)를 파는 곳이 많다. 들리는 말로, 서양사람들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유화를 참 좋아한단다.


어쨌든 유화 가게가 하도 많다 보니, 나도 여느 서양인들처럼 유화 가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됐다. 우연히 들어간 유화 가게엔 '모나리자'부터 '최후의 만찬'까지 누가나 알법한 그림들이 가게 전체 벽면에 걸려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물론, 가짜라는 점이 걸리지만.


모나리자가 있길래 깜짝 놀랐다. 프랑스를 다녀온 느낌.


그림을 굳이 사지 않더라도, 수많은 명화를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미있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봤다. 비틀즈 그림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모방품이었다.



자! 협상이 시작됐다. 


남북정상 회담보다 치열한 눈치전이 열린 것이다. '싸게 살 것인가 비싸게 팔 것인가'


나는 최대한 무심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물었다. 마음에 들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


"저 맨 위에 비틀즈 그림은 얼마나 하나요?" 최대한 낮은 톤으로 나는 말했다.


그러자 누가 봐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아주머니가 대략 1만 원이라고 했다. 까만색 원피스를 입고 빨간 립스틱이 돋보이던 아주머니는 누가 봐도 비싼 가격을 불렀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사실 살짝 흔들리긴 했다). 나의 본심은 따로 있었다. 난 고흐의 작품을 사고 싶었다. 


맨 위에 비틀즈가 보인다.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 작품에서 어느 정도 할인을 적용받고, 비틀즈 작품을 끼워달라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아주머니의 설명이 뜻밖이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서 팔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아쉬움을 머금은 채로 나는 가게를 돌아 나와야 했다. 풍선에 바람 빠지듯 내 기운이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뭐 그래도, 그림에 대한 시세를 알 수 있었으니 본격적인 흥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자-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배가 고팠다. 우연히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치킨 배달 냄새를 맡았을 때. 그때처럼 말이다.

 

분짜를 먹으러 왔다.


저녁식사로는 역시 '분짜'가 최고다.


낮에 미리 봐 뒀던 '분짜 145'라는 음식점에 갔다. 이 음식점이 맛집이라는 걸 확신해 둔 상태였다.


우선, 이 가게엔 '음식 준비시간'이 있었다. 음식 맛에 꽤나 자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게다가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여행사이트에 추천받은 가게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여긴 이미 한국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돼 국내 여행자에게도 익히 알려진 맛집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밥 먹는 동안 웨이팅이 아주 길게 있었다.


한 마디로  왔다.


강력한 숯불고기 향이 아직도 느껴진다.


얇은 쌀국수 면에 새콤달콤한 소스와 숯불고기를 함께 먹으면 침이 꼴깍 넘어가는 맛이다.


냉면에 양념갈비를 싸 먹는 맛이랄까.


굉장히 훌륭한 맛이었다. 어제 갔던 CNN 선정 맛집보다 더.


나는 쌀국수 면을 끊지 않고 후루룩-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고수'를 마지막으로 먹었다. 고수를 잘근잘근 씹을 때마다 특유의 향이 콧속을 울려 퍼졌다.


그렇게 나는 분짜와 베트남식 튀김만두. 그리고 아이스 블랙커피 한잔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총 8만 5 천동. 우리나라 돈으로 4250원이었다. 참 가성비 좋은 나라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배 고픈 것이 해결됐으니, 아까 충분히 보지 못했던 유화를 다시 보기로 했다.


저 큰 그림이 우리집에 있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다.



흥정, 전략적으로 공략


"Can I touch this?" 내가 가게 점원에게 물어봤다.


컴퓨터로 프린트한 것인지 사람이 직접 붓으로 일일이 그린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으레 거절당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점원은 흔쾌히 그림을 만져봐도 좋다고 했다. "Why not!" 


나는 그림 제일 왼쪽 밑부분을 검지로 조심스럽게 쓸어봤다. 오돌톨했다. 아마도 기본 프린팅 위에 붓칠을 더한 것으로 보였다. 그림이 저렴한 이유였다.


클림트의 '키스'가 이목을 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흥정을 할까.


흥정은 고도의 협상이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력. 이곳에서는 그림이 대충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지 밀고 당기기가 가능해진다. 이 부분이 흥정의 핵심.


그러니 당신이 처음 들어간 가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들면 안 된다. 그렇다! 조급해하지 말자. 답답한 건 내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쪽 아니겠는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가격을 파악하여 다른 가게와 비교해야 한다. 


우선, 무조건 나는 점원이 부른 가격의 절반이나 오히려 더 낮은 가격을 부른다. 설상 그것이 터무니없더라도. 거기서부터 진짜 가격을 향해 서로 밀당하며 맞춰간다.


자. 그럼에도 우리는 점원을 상대로 100% 이길 수 없다! 나는 이곳에 처음 온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점원은 나 같은 관광객만을 상대로 평생을 벌어먹고 산 전문가중에 전문가다.


빠르고 뛰어난 언변. 그리고 손님 스스로가 초조하게 만드는 실력이 근육으로 다져진 분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우린 최후의 방법이자 최적의 선택이 하나 남아 있지.


바로!


뒤돌아서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단! 천천 히말이다. 내 발걸음을 붙잡을 타이밍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점원이 날 잡으면, 내가 염두에 둔 가격은 아직 더 내려갈 수 있다. 협상의 물꼬가 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붙잡지 않는다? 그러면 적정 가격을 벗어났다는 것. 


다음 가게에서 이를 비교해 흥정하면 된다. 어차피 동남아시아에서 기념품 파는 가게는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불교 관련된 그림이 엄청 많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팁이 또 있다.


그것은 다음 6편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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