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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이라는 말은 쉬운데

기능 중심 조직에서 고객 중심은 왜 멀어지는가

by 일인문

모든 조직이 고객 중심을 외친다.
시장 중심, 고객 중심.

요즘은 비전 슬로건에도, 투자 설명 자료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조직 구조는 그 말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고객 인터뷰를 하고,

미충족 수요를 찾고,

시장 리포트를 분석하는 활동은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정작 조직은 여전히 기능별로 나뉘어 있다.

기획은 기획팀이 하고,
개발은 개발팀이 하고,
의학은 의학팀이 하고,
사업은 사업팀이 한다.

각자 맡은 일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하나의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은 잘 연결되지 않는다.


문제는,

고객의 문제는 대부분 기능을 가로지른다는 점이다.

고객의 불편은 개발 하나로 해결되지 않고,
의학만으로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서비스 경험,

기술 완성도,

개발 언어 선택,

운영 구조까지
여러 기능이 얽혀야 진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스쿼드 같은 구조가 도입되기도 한다.
제품 중심, 문제 중심으로 작은 팀을 꾸려서
기획부터 실행까지 밀도 있게 끌고 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구조도 반쪽짜리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쿼드 안에 개발과 기획은 묶였지만
의학이나 사업은 여전히 기능 조직에 남아 있다.
결국 제품팀은 독립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구성원은 스쿼드 여러 곳에 걸쳐

협조하고 설득하며 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객 만족에 도달하는 속도는 늦어지고,
고객에 대한 이해는 얇아진다.
조직 전체적으로 고객 중심 학습 곡선이 완만해진다.


나는 이럴 때
조직 자체를 고객 단위로 재편하는 것을 자주 떠올린다.

예를 들어
환자 대상 사업 부문,
의료진 대상 사업 부문,
기업 고객 대상 사업 부문.
이렇게 고객군에 따라 나누고,
그 안에 기획, 개발, 의학, 사업, 운영이 함께 묶인 조직.

이런 구조에서는
제품 리드가 사업 리드와 함께 고객을 직접 만나고,
의학팀도 실시간으로 고객의 요구를 듣는다.
사업팀이 왜 이 기능을 요청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다 같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조직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는 기능 중심으로 흘러간다.

말은 고객을 향해 있지만
리소스와 에너지는 내부 조율에 소진된다.


진짜 고객 중심은
말이 아니라
조직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게 설계되어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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