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Covid-19 속의 일상 기록
그전에도 히키코모리의 기질이 있었던 건지, 프랑스 정부의 록다운 명령이 있고 감금과 같은 자가격리 생활에 큰 불편함을 모르는 채 지내고 있다.
코로나가 소강되고 도시 봉쇄 상황도 종식되고 나면 세계의 변화는 물론, 유럽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버릴 텐데 그때의 나는 어떻게 변해,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며 두 달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될 세상의 분위기와 변화를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감지했다 해도, 거기에 맞추어 나의 생활 패턴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이 머릿속의 그림만큼 쉬운 게 아니다.
세상이 한바탕 뒤흔들리다 다시 정립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일과 여행의 방식은 물론이며
소비의 패턴과 관계를 구성하고 지속해 가는 방식마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적응력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볍지 않지만 우울할 것도 없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고 변화의 조짐은 그 전부터 있었으며 군데군데 이미 시작되었었기에 크게 낯설 것도 없을 테니까.
어김없이 여느 해처럼 봄이 오던 3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그 섭리를 바이러스가 가로채고 빼앗겨 버린 봄날의 시간 동안
외장 하드에 저장해 놓은 지난날의 사진들만 뒤적이며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전 시간 속에 담아온 이곳에서의 사진들을 어떻게 활용해갈지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었으니까.
차일피일 미루며 언제가 될지 모르던 나의 계획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져 실행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봄 꽃이 피고 지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올 한 해는 제 혼자 솟아오르다 소리 없이 사라져 간다.
세상이 점점 어릴 적에 보았던 공상 과학 영화와 닮아가고 있다는 걸 수차례 느꼈었고,
기이한 미래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공상하는 엉뚱한 생각은 잦았으면서
정말 이런 날들이 오리라고는 차마 생각을 안 했었던 걸까?
재난 영화 속의 장면처럼 바이러스를 피해 사람과 사람이 마주설수 없고 몇 날을 감금되어 있게 되는 날을.
어김없이 봄은 지고 여름이 오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봄은 올 것이다.
부디 그 날의 봄은 꼭 우리의 것이기를.
<2020년 4월의 첫째 주 기록>을 편집하다.
Pari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