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Narbonne의 외딴 마을, Bages에서 격리된 시간
대여한 자전거를 활용하기 위해 마을 부근에 있는 언덕 위에 올라갔다. 물 위의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기에 좋은 높이였다.
사진 몇 장을 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더니 할 일이 또 없어진 무료한 시간이 찾아온다.
대체, 그는 왜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했을까? 할 것도 없는 작고 지루한 외딴 마을. 자전거를 타고 다른 마을로 나가기엔 내가 느껴야 할 불안감이 너무 크며, 체력도 따라 주질 않는다. 내가 추천하는 여행지마다 자기가 운전 면허증을 취득한 이후에 가자고 하며 가성비를 따져 선택한 결과가 이곳인 건가 싶어 슬그머니 화가 났었다.
2019년의 여름 여행지로 남 프랑스의 Narbonne 끝의 Bages 마을로 선택한 것을 나는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고 막상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들도 힘겨워하는 것을 보며, 그 또한 편치 않았을 것이다.
여행과 사진, 영화와 요리를 좋아한다는 커다란 공유점은 있어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색채와 결이 우리는 참 다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바다를 낀 도시 위주로 찾아 나서고 북유럽이나 동유럽엔 관심이 적은 그는, 오로지 지중해 도시와 국가에 대한 갈망이 큰 듯하다. 그래, 지중해 도시가 지닌 매력을 나 또한 모르지 않다.
하지만 여름엔 더위를 피해 북유럽을, 가을과 겨울 무렵엔 추위를 피해 남유럽을 여행하는 게 더 수월할 텐데,
당신에겐 왜 그렇게 한 여름날 바닷물 속으로의 침수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함께 있을 때 침묵을 참지 못하는 그는 소파에서 잠이 들고, 글을 쓰다.. 책을 읽다.. 반시간 정도를 보낸 나 역시 3층 침실로 올라와 낮잠을 청했다. 선잠에서 깨어난 그가 입었던 옷가지들을 빨아 넌다. 30여분을 자고 일어난 나는 핸드폰을 들고 4층 다락방 공간으로 말없이 올라왔다. 작은 다락방 창문을 열고 희미하게 잡히는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있었더니 그가 따라 올라왔다. 미안해할 때 짖는 강아지 표정이 되어 눈꼬리가 내려간 눈동자로 나를 본다. 뾰로통하게 화가 났어도 나는 매번 그의 이런 표정 앞에선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그는 내게 아빠와 같고 엄마와 같은 연인이었다. 나 역시 그에게 있어 그랬을 것이리라 생각을 한다. 그에게 보살핌을 받고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왔던 만큼, 나 또한 그를 보살피며 따스한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알까? 자신이 그리도 행복해하는 여름 여행지에서의 시간, 또는 그가 친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택할 때면 내가 고스란히 안고 있어야만 하는 시간의 무게를. 단지 자신의 부모와 가족들이 나를 환영하고 좋아해 주신다는 것 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부담감이 내게는 있다는 것을 그는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단언하건대, 그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설명하기 모호하고 복잡한 감정의 연결들을 일일이 그에게 설명해 낼 자신도 없으며 단지 나 한 사람이 며칠 동안의 시간을 감당해 내면, 그도 그의 부모님도 행복해 할 수 있으니 나 자신과 타협해내는 방법을 매년 선택할 뿐이다.
언제나 내게서 떠나지 않는 질문과 고민을 한다.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하나?"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다르지 않은 모습의 나는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나를 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1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삶을 만들며 살기 원하는지.
2019년, 여름 여행의 기록을 뒤지다..
2020년 7월, Pari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