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찾기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도,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적성이 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내 주변에는 꿈 많은 피터팬보다는 현실주의자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기준이 적성보다는 직장을 갖는 것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큰 방황 없이 눈 앞에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면 되었던 것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이 회사생활도 무난하게 하는 것 같다.)
문제가 된다고 한 꿈 많은 피터팬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중간중간에도 샛길로 빠져 생각에 잠기기 일쑤다.
이게 진짜 내 길인가?
한 번 샛길로 빠진 생각은 다시 붙잡고 데려오기 힘들다. '난 이것도 재미있어 보이고 저것도 잘할 것 같은데 그중에 나랑 가장 잘 맞는 일은 뭘까?'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첫 직장은 중요하지 않겠는가? 누가 나를 붙여준 것도 아닌데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어떤 게 나의 천직인지 혼자 밀당 아닌 밀당을 했었다. 사실, 이것도 저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건 나만의 상상이지 검증된 게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몰랐던 것이다.
그럼 나는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나의 강점을 찾았냐면, 어딘가에서, 잘하는 일을 어떻게 찾느냐는 답에 대해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이건 경험해서 네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아리송한 조언과는 조금 달랐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과 있을 때 사람들은 꺼리는 일인데 나는 그 일이 꺼려지지 않는다면, 또한 남들은 어떤 일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받는데, 나는 스트레스를 비교적 덜 받는다면, 내가 남들보다 그 일을 수월하게 한 다는 것이고 그게 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읽고 떠올랐던 건, 내가 발표를 어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나는 매 수업마다 최소 2회의 팀플 및 발표가 있었는데, 팀원들은 모두들 발표를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솔직히 나는 의아했다. 나는 ppt를 만드는 게 더 싫은 데 말이다. 자료를 서칭 해서 논리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보다, 생각의 과정을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게 훨씬 쉽다고 느끼는 터였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발표를 하자는 제안에, 나는 '그럴 거면 내가 할게'라고 말했던 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발표하는 데 남들에 비해 어려움을 덜 느낀다는 것이지. 내가 발표를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것은 이렇게 찾은 재능을 개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직장에서 찾은 또 다른 것은, 내가 카피를 쓰는 데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거였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를 쓰는 일은 왕왕 있다. 광고회사이기 때문에,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카피 쓰기를 즐겨할 것이라는 것도 나의 착각이었다. 우리 회사의 동료들은 카피 쓰기를 치 떨리게 싫어했다. 리포트 쓰는 게 백배 낫다면서 말이다. 나는 또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왜지? 리포트 쓰는 게 왜 낫지? 카피는 그냥 쓰면 되는 건데?'
물론, 나도 카피가 안 써질 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긍정적인 범주의 스트레스였다. 여기서도 중요한 포인트는, 내 카피가 아주 그럴싸하다는 게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됐다. 내가 카피를 쓰고, 발표를 하는 데 남들에 비해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고. 그리고 나는 이렇게 찾은 적성을 강점으로 갈고닦아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