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일은 고기를 먹는 마음
나는 낯선 타인이 어렵다. 특히 음식점에서 점원을 대하는 게 그렇다. 다들 어쩜 그렇게 사장님, 이모님 하며 처음 본 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대학생 때는 친구들이 가게 아주머니들한테 “이모~”하고 부르는 게 멋있어 보였다. 왜 그 스무 살이 되어 술집에서 당당하게 민증을 꺼내 보이는 설렘을 느끼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걸 어색하게 따라 했었는데, 맞지 않은 옷을 입듯이 영 이상한 거다. 그 뒤로는 점원이 나랑 아이컨택을 할 때를 노리거나, “저기요”를 사용하곤 했다.
나보다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도 꽤 가게 점원에게 낯을 가리는 타입 같았다. 내가 제일 민망한 시간은 남자친구와 둘이 밥을 먹는데, 점원이 우리의 요리를 구워주거나 볶아주거나 등 옆에서 준비를 해 줄 때였다. 그럼 말수 적은 남자친구와 낯 가리는 나의 하염없는 묵언 타임이 찾아오곤 했다.
하루는 흑돼지 집을 갔는데, 고기를 구워주는 분이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아 보였다. 미숙한 솜씨로 고수의 고기 뒤집기를 흉내 내듯 열심히 고기를 뒤집길래 멍 때리며 불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쿠”
열심히 고기를 뒤집다가 불판 위의 양념장을 엎으셨다. 남자친구와 나는 반사적으로 못 본 척을 하였다.(상대방이 민망해하는걸 민망해하는 우리의 버릇 같다)
“드셔 보세요”
점원이 상냥하게 웃으면서 파채 위에 목살 한 점을 올려줬다. 그런데 약간 고기가 덜 익은 거 같은데, 돼지고기라 먹기가 좀 꺼려졌다.
남자친구는 “네” 하더니 점원이 건네 준 고기를 집어 먹었다. 점원이 가지 않는다. 이제 내 차례다.
정성껏 구워준 건데 안 먹기가 좀 그래서 억지로 고기를 들어 입에 넣었다. 역시 좀 안 익었다.
“고기 좀 안 익지 않았어?”
점원이 자리를 뜨고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그냥 먹었다.”
우린 많이 다르지만 이런 면에선 참 닮아 있다. 어떤 사람은 우리를 보며 답답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