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물 덕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메 Oct 12. 2022

사람 덕질 2. 앤서니 보데인



심연이 찾아온 새벽 어떻게 살고 싶나 꽤 진지한 태도로 생각하다 보면 그 끝엔 항상 조승연 작가가 남아있습니다. 여행 다니며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탐구하는 삶이 제 관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텐데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롤모델인 조승연 작가에게도 롤모델이 있더라고요. 바로 모든 것을 이룬 남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입니다. 



Chapter 1. 유쾌하고 소탈한 반항아  


앤서니 보데인은 셰프이자 여러 프로그램을 이끈 방송인입니다. 그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미국 유명 레스토랑의 치부를 고발하는 <키친 컨피덴셜(2000)>이라는 책을 쓰면서부터입니다.


이 책에 대한 내용과 앤서니 보데인이란 사람이 궁금하다면 1999년 뉴요커에 그가 기고한 이 칼럼을 읽어보세요. 담배 피우고 닦지 않은 손으로 요리하는 요리사들,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으로 조리한 요리 등 거침없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고발하는 이 글은 앤서니 보데인의 많은 부분을 보여줍니다.



많은 미디어에서는 앤서니 보데인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식가(one of the most beloved foodies on the planet)라고 소개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단지 자신이 속한 산업의 스파이었기 때문일까요?


첫 번째 이유를 저는 '자연스러움'에서 찾습니다. 앤서니 보데인은 4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 때문인지 그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단단한 의식을 가지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앤서니 보데인의 자연스러움엔 유쾌와 소탈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합니다. 그가 쓴 글만 봐도 어려운 단어가 아닌 소탈하고 자연스러운 언어가 그대로 드러나있는데요. 엔서니 보데인이 북한 취재 거절 의사를 표한 말을 살펴볼까요.


There’s nothing they’re going to let you see in North Korea. It’s an unpleasant government. Most of the population are starving. Don’t you think that would be in kind of bad taste?


Kim Jong Un is a chubby little evil fuck. Nobody else eats.


꾸밈없이 소탈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앤서니 보데인 답습니다. 요즘 나다움이라는 말이 자주 보이는데요. 나다움을 찾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남이 찾아줄 수 있는 건 더 아니고요.


30대로 접어들며 그나마 여유가 조금 생긴 저의 경험상 나다움은 수많은 흑역사와 아는 척과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 만들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앤서니 보데인 역시 자기 다운 모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밤을 방황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보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 끝에 있는 나다운 나는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는 앤서니 보데인과 비슷한 매력적인 모습일 겁니다.


Chapter 2. 다름을 대하는 태도


앤서니 보데인이 사랑받는 두 번째 이유는 개방(openess)에 있습니다. 여행 프로그램 중 한 부족의 족장은 엔서니 보데인에게 날 것의 멧돼지 내장을 먹어보라며 권합니다. 그때 든 생각을 엔서니 보데인은 다음과 같이 밝혔는데요.


What am I going to do, refuse him, embarrass him in front of his people, look ungrateful? That changes the whole tenor of the relationship. I mean, when somebody’s offering you food, they’re telling you a story. They’re telling you what they like, who they are. Presumably, it’s a proud reflection of their culture, their history, often a very tough history. You turn your nose up at that important moment, the whole relationship changes, and it never be the same.
-Anthony Bourdain
*제가 하는 번역은 번역기보다 못하기에 원문 그대로 둡니다.


문화를 대하는 가장 멋있는 태도는 우연성에 기인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우연히 한국이란 나라에 태어나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부모님은 한 분씩만 계시며,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본주의 문화에 태어난 것을 인정하는 건데요.


여기서 방점은 우연히에 찍힙니다. 우연히 그랬을 뿐이지 문화의 차이에는 어떤 우월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앤서니 보데인은 이 문화의 우연성을 온전히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앤서니 보데인은 트위터에서 한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nthusiast" 그도 그럴게 앤서니 보데인은 다른 삶과 문화에 대해 한없이 열정적이고 개방적이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라는 거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따듯하고 솔직한 앤서니 보데인의 관점과 태도. 사람들은 그의 그 관점과 태도를 사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Chapter 3. 자극을 추구하는 삶


2018년 6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앤서니 보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건데요. 조승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물질이 아닌 경험을 중시했던 우리 시대에 그의 죽음은 큰 충격과 물음표를 안겼습니다. 그의 자살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그가 불행했다는 반증이니까요.



매일 여행하며 새로운 자극을 받는 인생은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이에 조승연 작가는 이렇게 답합니다.


결국 행복한 삶이란 지루하지만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일과 새로운 자극을 주는 일이 조화로운 삶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인사이트 덕후인 저는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 스크롤을 멈출 줄 모릅니다. 씻는 동안에도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틀지 않고서는 불안한 맘이 들기까지 해요. 그런 날이 계속되면 어느 날은 마치 풍선처럼 붕 떠있는 부유감이 듭니다. 여러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허공에서 허우적 데는 느낌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제가 작은 일을 할 때임을 느낍니다. 방을 치우고 환기를 시켜요. 그리고는 엄마랑 밤 산책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글을 쓰고 주어진 일을 하는 일상을 채웁니다. 그러다 보면 또 큰 일과 큰 생각을 해내고 싶은 내가 찾아올 것을 압니다.


앤서니 보데인과 조승연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단점이라 치부하고 외면했던 모습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건강하게 살기 위해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 답게, 새로움과 다름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리되 우리를 지키는 것들을 소중히 하는 마음. 앤서니 보데인에게 배운 세가지 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앤서니 보데인 여행 다큐 Parts Unknown 베트남편 > https://youtu.be/A8yo6NvJCU4

조승연 탐구생활 앤서니 보데인편 > https://youtu.be/6oIzFdKzNoE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덕질 1. 임지호 셰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