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의 기록
6월 초 아주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6월 말 지금의 나는 다소 안정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심하지만 평온한 이 주말의 시간이 아주 간만에 달갑다. 7월에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서,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듣고 읽고 놀고 운동해야지. 2021년의 하반기 화이팅.
이달의 음식 몽탄
정말 대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맛집. 미간이 절로 찌뿌려지는 맛 ㅠ.ㅠ 얼린 무생채가 도른놈이었다. 냉면도. 삼겹살도. 볶음밥도.
이달의 신상 반려식물
친구가 생일선물로 식물을 보내주었다. 내가 요즘 너무 고독하다고 징징댔더니 이리도 귀여운 반려식물을. 이름은 무럭이다.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ㅎㅎ 재택근무할 때마다 이렇게 옆에 놔두고 바람을 쐐어준다. 잘 자라거라 무럭아.
이달의 소비 퍼스널컬러
한 오년전부터 한번쯤 해봐야지했던 퍼스널 컬러를 드디어 해보았다 !!
결과는 여름뮤트였고 생각해보니 그동안 여름뮤트 대로 잘살아왔던것 같기도 하고 ^^ 아무튼 앞으로 옷 살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나한테 딱 맞는 파운데이션 컬러를 드디어 찾은 것 같아 아주 큰 수확이었다.
이달의 영상 성시경 킬링벌스
이 영상을 6월에 과연 몇번이나 보았을까 내가. 한 20번은 보지 않았나 싶은데...
성시경은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좋을까 그리고 어쩜 이리 변함이 없을까. 사람의 목소리는 늙지 않나보다.
6월에는 우리 가족들의 생일이 몰려있다 내 생일을 포함해서. 덕분에 6월이면 거의 주에 1번씩 가족식사를 하게 된다. 가족들과 함께 살때는 몰랐지만, 나와서 살고보니 나에게 6월은 평소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가정의 달이 되었다. 우리집의 가정의 달은 5월보다는 6월에 가까운 편.
본가에 다녀오는 날이면 어딘가 모르게 꽉 찬 기분이 든다. 나와 함께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오게 되서일까. 요새 부쩍 외롭고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통제 마냥 갑자기 싹 사라진 느낌이었다. 엄마아빠의 따스함이 가라앉았던 나의 시간들을 다시금 뎁혀주었다.
이번 내 생일날에도 어김없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점심쯔음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오셨다. 미역국, 잡채, 갈비 등등을 반찬통에 가득 담아와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청승맞게 눈물이 핑 돌았다. 뭐 생일이어도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지만, 그래도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역시 엄마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웠다. 재택근무 와중에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고 그 짧은 식사시간 덕에 그날 하루가 얼마나 충만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날 문득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됬다. 요즘 사는게 너무 재미없고 지루하고 외로워서, 그냥 빨리 인생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뭐 굳이 애쓰면서까지 새로운 것을 찾고 활기를 채우고싶지 않다는 생각, 차라리 시간이 훌쩍 흘러서 막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별로 건강하지 못한 마인드인 것을 알지만,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이 사실인데 어쩌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그 날 이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마법의 단어를 자꾸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봐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건강한 생각만 지속해야지.
엄마는 늘 내 곁에 있는 존재이지만, 그 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엄마의 사랑을 오감으로 느꼈다. 그리고 6월 내내 그 날을 곱씹어 보며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게도 남들에게도 퍼줄 수 있도록.
올해의 내가 작년의 나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쩍 컨텐츠에 재미를 잘 못느낀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드라마 소설책 넷플리스 유튜브를 끼고 살았는데, 요즘은 그 무엇도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를 못한다. 드라마도 다 조금씩 보다가 말아버리고 (뒷 이야기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도 별로 안읽히고, 읽던 소설책도 중간에 덮어버리고 (마찬가지로 뒷 이야기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영화도 영 재미가 없다. 유튜브도 우리집에서는 그저 스트리밍 어플로 전락한지 오래.
넷플릭스는 나의 넘버 원 취미였는데 분명, 왜 이렇게 콘텐츠에 집중을 못할까. 소설이든 드라마든 뭐든 그 안에 푹 빠져서 집중하다 보면 분명 스트레스 해소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안되니 요즘의 일상이 더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런지 이유에대해서 좀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자꾸 영상을 틀어놓고 핸드폰을 보게 된다. 아주 습관적으로... 뭐 하나에 진득허니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주 건강하지 못한 습관이 생겨버렸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좀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안보면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습관적 쇼핑 습관적 서핑. 큰 목적없이 스크롤링 하고 있는 엄지를 좀 묶어둬야겠다. 폰질을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하도록 가두리를 쳐놔야겠어.
두번째 이유는 나와 관계없는 일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이 증발해버렸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나 영화나 소설이나 어차피 다 허구의 이야기이다. 현생의 나와는 관계가 없는... 그래서 자꾸 '궁금하지 않다' 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것 또한 너무 건강하지 않은 생각. 작년의 나는 분명 나와 관계없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고 외치던 사람이었다. 연결성은 삶을 조금이나마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나는 (지금에서야 문득 깨달았지만) 너무 이기적으로 일상을 대해왔던 것 같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 관심을 싸그리 무시해버리는 마인드가 아마 '궁금하지 않아' 병을 낳아버린 것은 아닐까. 요즘 모든 생각의 중심이 나로만 향해있다. 쓸데없는 공상마저도 다 내 자아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괜한 감정소모가 심한 상태인데, 좀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멈추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봐야겠다. 회사, 일, 가족, 친구, 운동, 식물, 요리 등등 마음쓰는 일들을 분산시켜봐야지.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대상들에 대하여 지나치지 말고 집중해야겠어. 그러다보면 넷플릭스도 다시 재미있어지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