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자 사회 초년생의 일기 한 자락. 코로나여 지나가라~.
#스트레스 관리법
안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밥벌이를 하고있는 이 상황에도 스트레스는 먼지 쌓이듯 쌓인다. 그런데도 또 해야 할 것들과 이뤄내야 할 것들이 있어 쉽게 잠못드는 날들이었다. 이 날들의 값어치가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삼십대 후반의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 초년생의 일기를 쓰고 있다. 이 글의 소제목은 "스트레스 관리법"인데, 그럴만한 것이 특별히 없다. 유일한 몸관리는 걷는 일. 그것도 원격 업무를 시작한 초반에는 매일 삼마일: 십리를 걸으리라 굳게 다짐했건만, 오늘은 비까지 주루루룩 오고 있다. 그래서 외출이 안된다.
#나의 나이브함. 너의 완벽주의. 그럼에도 한 발은 저리다.
오늘 낮에 나는 일에서 한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준비하는 동안 나름대로는 일을 한다고 했고, 준비를 한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동거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마치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자세로 말이다. 기대한 것처럼 완벽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아주 살짝 쓰라리기도 하지만, 나는 이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리.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이 말을 되새기련다. 그리고 어쨌거나, 최악을 면했으면 됐다.
#근황 일기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도, 업무도, 글발도 아닌, 우선은 건강하게 살아남기다. 사실 이 곳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린다는 상상만으로도 뭔가 끔찍한 어떤 곳으로 끌려가는 기분이 든다. 이것은 이민자로서 어쩔 수 없는 생존 감지력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 엄마가 '마스크를 준비하라! 세정제를 사 놓으라!'라고 전장의 최전선에서 북을 울리는 장군처럼 잔소리를 할 때는 이월말 삼월초였다. 그때는 '아, 여기는 미국이야 엄마!'라고 다그쳤는데, 지금은 상황 역전이다. 꿈찾아, 일 찾아 미국에 왔는데, 지금은 한국이 대세다.
마음은 살짝 웅크러져, 잘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고, 거의 유일한 외출은 집 밖 산책이다. 날씨가 좋아지고, 봄기운이 느껴지는 사월 중순이 넘어가니, 사람들이 우후죽순 여기저기에서 마구 나오고 있다. 달리는 사람들, 걷는 부부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들. 나는 이들조차 조금 피하려고 한다. 걸리면 나만 손해 아닌가.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보는 미국 사회는 신기하다. '감히 (아무리 지도자라고 해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게 집에 있으라 마라를 명령하는가' 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개인주의의 한 면모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또 '이러다가 못살겠다. 다시 경제를 살려내라. 어서 주State를 열어라. 이런 게 싫으면 어서 사회주의나라 중국으로 돌아가라!' 이런 말을 들으면 아니 왜 갑자기 생뚱맞게도 여기서 사회주의 단어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나는 그 중간에서 늘 서성이거나 배회하거나 질문하는 자가 되겠지. 그리고 그 질문과 배회의 기록을 이렇게 남긴다. 개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갸우뚱거리는 나는 일본에서 속으로 짜증을 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일본을 다녀왔을 때 나의 감상중 하나는 '이래라 저래라 코치코치 참견'하는 것들이 많다고 느끼고, 이것에 '민감한 반응'을 내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버스를 타도, 그 곳에서는 무척이나 상세하고 그리고 여러번 반복해서 손님에게 방송을 했다. '한 번 알려줬으면 됐지, 잔소리가 많다! 가 내 감정이었다. 아, 나는 점점 미국에서 살면서 야생의 인간이 되어 가는걸까.
#어쨌거나 긍정의 마인드로.
그렇다. 인생에 답은 없고, 또 혹시, 설마, 내가 이 일에서 멀어진다 하더라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나 역시 무너지지 않는다. 한 가지만이 절대적 정답이다 라는 생각처럼 어리석은 답이 있을까. 이 문화에서는 정답인 것이, 또 다른 문화에서는 오답이 된다. 사실 미국에서 딱히 커뮤니티 생활이 없는 나로서는 내 미국 살이의 30%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뭐 딱히 나를 불러 주는 곳도 없고, 한국처럼 왁자지껄, 먹고 놀자 분위기도 없다. 다만 나름의 힘으로 요가를 다녔고, 그래도 천운으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 그래도 남편과 여기까지 잘 지내오는 것. 그리고 물리적으로 가깝지는 못하나 멀리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지원군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차분한 저녁을 보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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