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아드는 마음

미국 직장에서의 나의 혼밥 식단, 그리고 코로나

by 달순

지난 주중 나의 점심식단은 누군가 내게 '착한 식단상'이라도 줘야 할것처럼 건강하게 먹었다.

나의 주중 아침식사는 집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눈을 뜨면 물이라도 조금 마시면 다행이다. 씻고 챙기고 하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날라간다. 먹을 것을 주섬주섬 도시락 주머니에 넣어 전부 다 가지고 간다. 일단은 시간에 맞춰 일에 가 있는게 최우선 목표다. 이쯤되면 '아, 걸어서 일에 가야 하는데. 그래야 건강한데.' 와 같은 말은 뒷전이고 출근하기 바쁘다.

일에 갔다. 자리에 앉으니 그때쯤부터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유리병에 담아온 나의 사랑 두유. 이 아이가 이렇게 요긴하게 매일 아침 나의 갈증을 풀어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나의 이 작은 유리병에 담긴 우윳빛깔에 노란색을 한 두 방울 첨가한듯한 이 액체를 말이다. 농담으로 "보드카랑 우유랑 섞으니 이렇게 되었단다. 깔깔깔깔."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정정해준다. "코스코에서 샀어. 두유." 그걸 먹고 한시간은 버틴다. 그 다음 나의 아침은 10분 휴식시간에 이뤄진다. 바나나 반개와 요거트에 견과류 섞어 먹기. 바나나의 처음과 끝을 자른다음 그것을 절반으로 잘라왔더니, 동료가 한마디 한다.

"아니, 왜 이렇게 이상하게 바나나를 잘라왔어?"

내가 유난을 떨긴 떠나. 하긴 대부분은 그냥 바나나를 한개, 칼로 자르지도 않고 통으로 한 개 가져오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나는 어디선가 들었다. 바나나의 아래끝에는 농약이 모여서 그걸 먹으면 몸에 좋을게 없다. 바나나의 위 끝을 자르는 이유는 내 손기술이 모자라 전체 바나나 한 줄기에서 하나를 뗄 떼, 껍질의 일부 줄기가 주루룩 벗겨진 경험도 있고, 손보다 칼로 탁 자르는 게 깔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걸 또 반으로 자르는 이유는 한 개의 바나나가 이 미국 (특히 코스코)에서는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유기농이라고 딱지가 붙긴 했어도, 농약 없이 이 바나나가 이렇게 혼자서 비대한 것도 의심스럽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점심 전 아침은 요거트에 견과류다. 크허. 이 아이처럼 나의 속을 잘 이해해주고, 건강하게 속을 채워주는 음식도 흔치 않다. 다만 10분 휴식시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이 아침대용 간식을 먹으려니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남들이 '열심히 오물조물 견과류가 들어간 요거트를 먹는 내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해서도 무심해야 한다. 그렇게 좋은 아침이 흘러간다.

점심시간. 나는 냉장고를 제때 잘 비우는게 좋고, 운전 스트레스가 있어서, 최대한 점심시간에 차로 이동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과 식당에 가는 일이 흔치 않다. 도시락을 싸 온다. 지난 주 내 도시락은 주로 아래와 같았다.

토마토와 블루베리 / 구운 계란 / 딸기

내가 봐도 이건 다이어트 식단처럼 보인다. 직장동료가 내 도시락을 보더니 "이게 다야?" 한다. 점심을 다 먹고 한시간뒤 또 한마디 한다. "너 배 안고파?" 그녀의 도시락은 유리로 된 타파통(?) 하나다. 그 안에는 밑에 밥이 깔려있고, 위에는 잘 조리한 버섯과 소고기가 얹혀져 있다. 저거 먹으면 진짜 든든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도시락을 쌀 마음은 없다. 비록 그녀의 도시락을 보면서 군침이 돈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다, 결국엔,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막 먹을 것이 뻔하다. 그것이 내 주말이다. 굳이 이렇게 건강식으로 먹는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이렇게라도 한번이라도 건강식으로 먹지 않으면 안된다. 나머지 식사들을 특히 저녁을 마구 먹으니 말이다. 둘, 수년 전 담석증으로 쓸개 제거를 한 나는 일하는 동안에는 무겁게 먹지 않는다는 신조가 생겼다. 조금이라도 기름진것을 먹으면 바로 표가 난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일하는 도중 화장실을 수차례 가게되면 그처럼 곤란한 일도 없다.

지난 주 나의 주중 저녁 식단은 아래와 같다.

된장국 / 흑미+퀴노아+쌀 밥/ 김치 / 낙지젓갈

음식을 하는 일이 즐겁기도 하지만, 설거지등 일이 많고 피곤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전 주말에 그 다음주 주중에 먹을 음식을 한번 해 놓는다. 그러면 주중이 편하다. 일 다녀와서 피곤한데, 또 서서 조리할 생각을 하면 '에효. 그냥 안먹고 만다.'는 생각과 '라면'이 떠 오른다. 아, 나의 적이자 사랑인 라면. 라면을 어떻게 끊을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음식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난 주말에는 동료들을 만나 같이 기생충을 보고 태국 식당에도 갔었다. 내가 기대한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만나는 일은 좋다. 다만 지금은 모르겠다. 만나도 될까. 아직 이 미국 중소도시에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는 말은 없지만 뭔가가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조금씩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그래서 매일 숫자 확인을 위해 cdc.gov에 들어가 본다.

특히 미국에서는 의료 체계가 한국과 다르기에 코로나 검사를 받는데에만 수천불이 든다고 들었다. 따라서 코로나에 걸렸어도, 병원에 가서 확진 검사를 안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결론은 나 스스로 잘 챙기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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