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홀로 코로나 아래

미국, 혼생, 코로나

by 달순

인구 사십만인 내가 사는 카운티에서 오늘만해도 확진자가 삼백명이 넘게 나왔다. 그 숫자를 보면서 태평양만 건너에 있는 한국을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나의 생활은 재택 근무 + 혼생: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혼밥과 어쩌다 가끔 혼술도 한다. 그러다 나의 노후를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고, 남편과 알콩이 달콩이를 하는 시간도 지나, 결국 나는 혼생을 또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이 꼭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따라서 홀로 잘 사는 법을 미리 미리 터득하여 잘 지낼 필요가 있다. 결국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주변 사람을 돌볼 에너지도 오지 않겠는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 심지어 코로나까지 발생하여 뉴스를 듣고 있다 보면 암흑의 시대에 사는 기분이 들지만, 그럴수록 혼자라도 으쌰으쌰하는 법을 키워야 한다.


#돈 들어도 운동

돈이 들어도 운동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여덟시 삼십분 마다 사십 오분 정도 온라인으로 그녀를 만난다. 그녀는 미국에서 아주 잘 자란 일본계 미국인같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운동 선생님이다. 운동은 취미인것 같고 사이드 잡이 또 있는것 같다. 말로만 듣던 '허슬러'가 그녀였다. 어쨌든, 이 운동 선생님과의 사십 오분만큼 일주일 중에서 소중한 때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게으른 내가 유일하게 땀다운 땀을 흘리는 시간이다. 나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이렇게 세명이서 온라인으로 같이 운동을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가주 (캘리포니아 남쪽. 언제나 따뜻하다는 곳)에 산다. 나는 미국에 사는 1세대 한인이다. 그래서 '내 영어에는 때처럼 억양이 뭍어있어'라는 생각이 웅덩이의 물처럼 머릿 속의 어딘가에 깔려 있다. 그래서였나? 오늘은 이 일본계 미국인의 모녀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운동 선생이야 여기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라 치고, 그 어머니는 나처럼 1세대라서 영어가 좀 어눌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메나 세상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시안을 보는 또 다른 아시안인 내 눈에도 식민성이 있는걸까? 언어, 식민성, 자의식, 영어, 한국어, 자신감, 자존감... 이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도는 순간에도 삼파운드 아령을 든 내 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쏼롸쌀롸를 얼마나 잘하든, 우리 셋 다 미국에서는 아시안이라서 갖는 공통의 마음들이 있겠지. 백인들의 마음과는 다를 수 있는...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삼십대건, 사십대건, 오십대건, 이민 1세대건 2세대건 3세대건 근육이다. 마음의 근육과 몸의 근육. 특히나 몸의 근육처럼 소중한 것이 또 있으려나. 다음 주부터 그녀는 8시 30분 대신 8시로 시간대를 옮겼다. 아흑. 토요일이라 더욱 늘어지고 싶은데, 그래도 그 마음을 꾹꾹 누르고 (다시 눕는 한이 있더라라도!) 돈내고 수업을 들으리. 근육을 키우는것처럼 나를 단단하게 해 주는것도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온라인으로라도 친해질 것

내가 질투하며 듣는 팟캐스트가 있다. 너무도 말들을 맛깔나게 하고, 그 바쁜 와중에도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 평생 소원이기도 한 출판을 하고 또 한다. 이들의 글쓰는 힘이 부럽고, 또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그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팟캐스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샘이날 정도로 부러웠다. 이 팟캐스트에 말로만 듣던 그녀가 나왔다. 이슬아 작가. 이 작가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나도 같이 웃고 울고, 또 어떤 영감을 받았다면, 계속 곁에 두고 듣는 것이 내게 좋다는 판단이 든다. 한국을 떠나 왔지만, 한국어로 글을 쓰고, 이로 인해 내 삶을 더 나답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참 멋진 일 아닌가 싶다. 이미 유명하지만 공유하자면 팟캐스트 책읽아웃. 나의 토요일을 풍요롭게 해주는 방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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