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부여잡고

코로나로 망한 주말 일기

by 달순

일요일 저녁이다. 아아아아. 나의 주말 시간이 모두 허무하게 가 버렸다.....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나는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라는 말이 왜 또 생각이 나는가.

나의 토요일과 일요일. 금쪽같은 휴식 이틀은 그저 방바닥과 한몸이 되는, 완벽한 휴식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뭔가 찝집하고 후회가 되는 휴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발악의 한 차원으로 글쓰기를 한다.

금요일 낮에는 미 대통령의 '국가 재난 선포'가 있었다. 그 이후부터 일터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술렁이며 말이 많았고, 사람들의 심리도 들뜨고, 불안과 혼돈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긴 의료체계가 한국과 달라서, 그냥 모든 사람이 다 엑스맨이라고 보시면 되요."

동료의 이 한마디가 일리가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온도기를 갖다대는 광경을 본 적도 없고, 병원에 가면 '60세 이상이 아니고, 14일 이내로 해외 여행 이력이 없으면' 일단 코로나 의심환자에서 제외된다.

지난 금요일부터 사재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딱 두번 슈퍼에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남편과의 통화를 끝낸 후, 사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후다닥 슈퍼로 갔다. 그때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만 나의 실수 아닌 실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것. 알고 있는가? 이 곳 미국에서는 오히려 마스크 쓰는 사람을 '환자 취급'했다. 온라인 상으로 미국 곳곳에서 한인들이 제노포비아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기사를 봤다. 한 미국 여성이

"너 아시안인데, 왜 마스크를 안썼어?"

하며 무력으로 밀쳐 턱뼈가 나가기도 하고, 한인 남성에게 물을 뿌렸다는 기사도 봤다.

그래도 이제는 대통령도 선포를 했고, 나 역시 한 백인 여성이 마스크를 쓴 것을 딱 한번 봤기에, 나도 마스크를 써도 큰 문제는 없겠지. 하는 생각에 썼다. 그런데 역시나 착오였다. 마스크를 쓰고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더니,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를 일부러 신경쓰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나를 보고 슬금슬금 멀리 피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런 상황에 마스크를 벗는게 더 웃겨서 꿋꿋이 장을 봤다. 결정타는 캐쉬어 아저씨였다. 나를 흘금 보더니,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줘야 하는 것이 그의 일이거늘, 바코드로 다 찍고 계산만 끝나니, 내 물건들을 던지듯이 한쪽으로 몰아버렸다. 하아!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마치 내가 산 물건들이 바이러스가 있는것마냥 구시길래, 참..... 어안 벙벙이었다. 이건 인식의 차이인가 뭔가..... 분명 나는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것인데, 마스크를 쓴 아시안인 나는 그들에게 왜 이렇게도 은근한 혐오? 혹은 분리의 대상이 되는걸까?

중국인 친구/동료에게 문자를 했다.

'야야, 나 오늘 마스크 하고 슈퍼 갔다가 완전 환자 취급당했다.'

그녀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나는 감히 마스크 쓸 생각도 못한다I dare not to wear it."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미국 사회 맥락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말이다.

일요일 오늘 낮에 다시 슈퍼에 갔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면 아마 나는 중국인 친구를 불러 같이 밥이라도 한끼 먹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남편도 저어 멀리, 털내미도 저어 멀리...... 남편 말대로 '내가 선택한 삶'이긴 한데, 가끔은, 특히나 요즘같은 날들에는 마음이 부대끼기도 한다. 아,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던가. 아니, 왜 이놈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렇게 발생을 했나. 한탄을 하다가도 그래도 슈퍼 물건이 전부 동나기 전 한번 더 가보자 하는 심리로 갔더니 텅~빈 선반들.

오늘의 낙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음악 목록을 발견했다는 것. 여기에도 공유해 본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현사태로 인해 유사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면 이 음악들이 당신에게 심정 안정을 주기를......

https://www.npr.org/2020/03/13/815457669/isle-of-calm-stream-6-hours-of-soothing-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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