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땅콩호박 구이
[페퍼리의 쿠커리] 아코디언 땅콩호박 구이 유튜브 영상
가을, 겨울이 되면 동그랗고 납작하고 큼직하고 조그마한 온갖 호박이 묵직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학생 시절에 자주 가던 주점에서 주로 주문했던 해물을 가득 채운 통단호박찜(드물게 건강한 안주였다). 부산 집에서 엄마가 가끔 부쳐줬던 노랗고 달콤한 늙은호박전. 요즘엔 전자레인지에서 통째로 익힐 수도 있는 미니 단호박. 이렇게 노랑노랑한 겨울호박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호박은 땅콩호박이다.
딱 조롱박처럼 아래쪽은 동그랗고 위쪽은 길쭉한 모양의 땅콩호박은 단맛이 강한 호박이다. 올망졸망한 모양도 예쁘고 특유의 단맛도 좋아하지만 내가 땅콩호박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보통 어느 부분을 잘라도 씨가 붙어 있는 동글납작한 다른 호박과 달리 땅콩호박은 동그란 아래쪽에만 씨가 들어 있다. 즉 길쭉한 부분은 껍질만 벗겨내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동글납작하게 가로로 썰거나 네모지게 세로로 두껍게 썰어서 호박 '스테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완벽하게 깍둑 썰기도 더없이 간단하다.
이렇게 손질하기 쉬운 모양을 볼 때마다 셀러리의 섬유질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서 브뤼누아즈를 하면서 짜증났던 기억을 되새기곤 한다. 그에 비하면 땅콩호박은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
여튼 이렇게 손질하기 쉬운 땅콩호박으로 굳이 섬세한 칼질을 해야 하는 아코디언 땅콩호박 구이를 만들어보자. 모양이 예뻐서 식탁 가운데든 사이드 메뉴로든 내기에 좋다.
아코디언 구이는 감자, 고구마 등 길쭉한 전분질 채소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바닥까지 완전히 갈라지지 않게 칼집을 넣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채소의 위아래로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놓고 칼질을 하면 같은 위치에서 멈추므로 훨씬 손질하기 편안하다. 그리고 칼집의 간격은 좁고 고를수록 예쁘다는 점을 알아두자.
그리고 채소를 오븐에 구울 때는 올리브 오일이든 버터든 지방 성분을 구석구석까지 잘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열이 제대로 전달되면서 로스트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기름이 닿지 않은 부분은 그저 바짝 말라갈 뿐이다. 물론 말린 채소에도 매력은 있지만 지금은 그걸 만들려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여기서는 소량의 버터를 따로 녹여서 조리용 솔로 구석구석 발라주고, 허브와 양념을 넣은 플레이버 버터는 위에 얹는 용도로 사용했다. 호박을 구운 다음 한 김 식힌 후에 올리는 페타치즈는 절대 생략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적당한 짠맛을 가미해서 땅콩호박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아코디언 땅콩호박 구이
재료
땅콩호박 1개, 페타 치즈 적당량
세이지 타임 버터 재료
버터 120g, 다진 세이지 2큰술, 다진 타임 잎 10줄기 분량, 소금 1/8작은술, 후추
만드는 법
1. 땅콩호박은 껍질을 제거하고 반으로 잘라서 씨를 긁어낸다.
2. 위아래에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두고 아코디언 모양으로 곱게 칼집을 낸다.
3. 부드러운 실온의 버터 100g에 다진 허브와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4. 오븐을 190도로 예열한다.
5. 베이킹 트레이에 땅콩호박을 단면이 아래로 가도록 얹고 남은 버터 20g을 녹여서 조리용 솔로 골고루 펴 바른다(특히 옆면)
6. 세이지 타임 버터를 위에 골고루 얹는다.
7. 오븐에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30~40분간 굽는다.
8. 꺼내서 한 김 식으면 페타 치즈를 뿌려서 낸다.
** 구운 호박씨, 잣, 레드 페퍼 플레이크 등을 뿌려도 좋다
** 버터가 골고루 스며들게 잘 발라야 골고루 달콤하게 익는다.
** 땅콩호박와 세이지 등 허브는 대형 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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