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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27. 2022

9.4. 개체변환 :새로운 직업은 유추에 기반한다

9.4. 새로운 직업은 유추에 기반한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변환적 사고는 존재 변화를 일으키는 정신적 작용이다. 변환은 개체가 발생하기 이전의 잠재적인 상태로부터 구체적인 구조를 갖춘 현실적인 형태가 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 때 개체의 변화는 안정된 평형 상태가 아니라 서로 대립된 힘들이 팽팽한 상태로 공존하는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난다.      


물리학적으로 볼 때, 평형 근처에 있는 물질은 반복적으로 행동한다. 반면에 평형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여러 가지 형태의 독특한 구조가 생겨난다. 평형에서 멀어질수록 원자들이 좌충우돌하는 혼돈으로부터 자생적 조직화를 이루면서 비균질적인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리야 프레고진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라고 명명하고, 자연은 스스로 자기 조직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변환적 사고는 출구 전략이다     


물질계에서 이루어지는 존재변화의 역동적 과정은 생명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인간은 의식과 잠재의식이라는 인식의 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러한 인식 작용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체로 재구성된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은 변환적 사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변환적 사고에 의해 우리는 직업적인 문제 상황에 당면하여 새로운 출구 전략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직업적 문제 상황에서 변환적 사고는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갈등 요소들을 인정하면서 이 갈등 요소들을 해결하는 새로운 출구나 관계를 발견하는 사고이자 새로운 관계의 연결망을 찾아가는 사고이다.  주목할 것은 변환적 사고가 유추적 사고(Analogy) 에 바탕한다는 것이다. 유추는 A와 B 사이의 동일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A와 B 사이의 관계와 C와 D 사이의 관계를 찾는 것이다. 요컨대,두 관계 사이의 동일성(A:B = C:D)를 찾는 것이며, 이 관계의 동일성은 유사성보다 이질성을 전제로 한다.



그만둘 베짱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관련 책을 쓴 세스 고딘(Seth Godin)은 “포기하는 사람은 결코 이기지 못한다”는 개념을 비판하는 책을 써서 주목을 받았다. 고딘에 의하면, 진정한 승자들은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재빨리 포기하곤 하며, 포기했다고 실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만둘 베짱이 없어서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때 우리는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언제 포기할지를 아는 것도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을 직업의 변화 또는 이직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끈기의 실패인지 더 잘 맞는 것이 있음을 인식한 결과인지를 스스로 정검할 필요가 있다.  


세스 고딘과 그의 책 <마케팅이다>

새로운 유추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사고 역량이 ‘유추’이다. 유추(analogy)는 한 모서리를 보고 나머지 모서리들을 추측하는 사고력과 같다. 유추적 사고는 곧바로 해답에 도달하지 않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그보다 오히려 다른 영역에서 유사하게 작동하는 사례들을 통해 문제 해결의 힌트를 얻는 방식이다.      


가장 성공한 유추 전략은 겉보기에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당면한 문제와 구조적으로 깊은 유사성을 지닌 다른 상황(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유추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많다. 가령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듬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영화의 특성들을 분석해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파악하는 추천 알고리듬은 아주 복잡할 뿐 아니라 비슷한 영화를 본 적 있는 고객들로부터 유추를 하도록 하여 예측하는 방식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고객들의 폭넓은 유추적 사고들을 종합하여 추천 알고리듬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유추를 통한 새로운 유사성 찾기     


유추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겉으로 유사성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조적 유사성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816년 내과의사였던 르네 라이에크는 왕진을 갔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환자가 너무 뚱뚱해서 심장박동이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이렇게 회고했다.    

 

“그 때 나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나무토막의 한쪽 끝에 귀를 대고 맞은 편 끝에서 핀으로 긁으면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리는 현상 말이다. 나는 이걸 응용하기로 했다. 종이 한 묶음을 단단하게 말아서 그 한쪽 끝을 환자의 가슴에 대고 한쪽 끝에는 내 귀를 갖다 댔다. 그러자 심장박동음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분명하게 들렸다”

      

이렇게 해서 ‘청진기’가 새롭게 발명된 것이다. 이처럼 유추는 기능적인 유사성을 발견하여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심지어 유추는 예술 분야에서 매우 창조적 쓰임새가 있다. 생물학 지식을 이용하여 조각 기법을 개발한 사례, 발리원주민의 북의 리듬과 세포의 복잡한 분화와 유사성을 발견하여 세포 성장프로그램을 모델화한 사례, 바흐의 다성 음악과 미술의 콜라주를 유사하게 인식하여 시각적 반복패턴을 창조해 낸 사례 등이 그것이다.     


1810년대 르네 라이에크


유추적 사고를 통한 직업 발굴     


새로운 직업을 구할 때도 기존 직업과의 유사성을 계승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나 취미를 갖춘 직업을 찾는 유추적 사고가 필요하다. 기존 직업과 완전히 다른 직업은 다시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하고 그만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달라 보여도 기능적인 유사성을 찾으면서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 내는 직업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이처럼 유사성과 이질성의 모순을 함께 사고하는 정신 작용이 변환적 사고이다.     


가령,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닥쳤을때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기 재빠르게 바뀐 문화가 배달 주문이다. 기존의 음식점은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머무는 공간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쪽으로 변화하였다. 음식 장사는 같지만 음식을 서비스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음식 서비스라는 기능적인 유사성을 가지면서 배달이라는 차이점을 결합시켜 새롭게 바뀐 시대상황에 대응하였다.


강사들 역시 대면 강의가 아닌 비대면 강의로 발빠르게 대응했다. 유투브 채널을 통한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시기도 이 시기이다. 의류패션업 종사자도 변화 하고 있다. 의류업종은 동일하게 가져가되 그 대상을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바꾸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류를 새롭게 제작하고 유통하는 펫 산업이 성황리에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유통업 역시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이질적 요소를 첨가하였다. 비대면 온라인 유통이 성행하면서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백화점 공간을 문화예술을 누리고 세련된 정원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물건을 소비하는 기능은 유사하지만 공간을 소비하는 내용을 차별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유사성과 이질성을 공존시키는 것이 유추적 사고에 기반한  변환적 사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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