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타였던 최진실은 이름만큼 진실한 심성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대중친화적인 마스크에 어떤 일이든 솔직하게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고 공감을 이끌었던 최진실은 90년대 최고 스타였고, 그냥 최고 스타였다고 말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역대 그렇게 인기가 많고 관심을 많이 받던 스타는 21세기가 된 현재까지도 없어 보인다.
한국인 만의 특징인 것인지 최진실과 같이 '우울한 정조'를 지닌 여성 스타들은 유난히 대중의 깊은 공감과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은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 어딘가 쓸쓸하고 애수 어린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동시에 신비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최진실의 매력 중 하나는 그녀의 독특한 얼굴이었다. 웃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밝고 예쁜 미소를 짓지만, 무표정일 때는 눈밑 그늘이 만들어내는 어딘가 우울한 느낌이 그녀의 특징이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솔직하게 공개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한 우울한 정조와 묘하게 어우러지며 대중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그렇게 그녀의 슬픔이 깃든 얼굴은 대중에게 측은지심으로 작용하여 더욱 사랑받는 독보적인 무기가 되었다.
최진실보다 한참 후배인 배우 정다빈은 외모가 최진실과 많이 닮은 데다 비슷한 우울한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들이 결국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을 때, 대중은 그들의 평소 표정을 떠올렸다. 울상은 아니지만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분위기,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미리 암시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21세기 최고 미인으로 기록될 미와 지성을 겸비한 스타 김태희도 완벽한 마스크 뒤에 어딘가 우울한 그늘이 있어 보인다. 한쪽 눈밑이 가끔 퀭해 보이는 모습과 무표정일 때의 표정은 밝게 웃을 때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입술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때로는 우울하다기보다 화가 나 보이는 것에 더 가까울 때가 있지만, 그녀 특유의 무표정은 분명 우울한 정조를 띤다.
전지현은 건조한 우울함을, 송혜교는 주눅 든 듯한 우울함을 보인다. 실제 두 배우 모두 인터뷰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전지현은 어린 시절부터 '왈가닥'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말을 잘하는 말괄량이라기보다는 행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무심한 스타일로 추측된다. 송혜교는 친한 사람들과는 돈독하게 지내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사생활이나 실제 성격과는 무관하게, 무표정일 때 느껴지는 우울한 정조는 대중에게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다가가며 호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어린 시절부터 '울상'으로 데뷔한 배우 신세경도 우울한 정조의 대표적 미인이다. 시트콤에서 가난하고 불행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지만, 평소 신세경의 우울함은 '사연 많은' 우울함이라기보다 '지적인' 우울함에 가깝다.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가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형성한다.
제2의 최진실이라 불릴 만큼 연기와 노래 모두에서 다재다능한 매력을 보여주는 아이유는 최진실과 비슷한 우울한 정조를 지닌 스타다. 그러나 아이유는 현존하는 스타 중 가장 강인하고 현명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유형이다. 결코 어리석거나 무모함과는 거리가 먼 진정한 스타로서, 표면적으로는 우울한 정조를 지닌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단지 '멍한 매력'에 가깝다. 이는 '백치미'와는 전혀 다른, 그저 생각에 잠기기 좋아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인기 스타들 중에는 이처럼 이러한 우울한 정조를 지닌 이들이 많다. 이것이 대중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누군가에게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보호본능'이다. 외롭고, 고독하고, 우울하거나 쓸쓸해 보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또한 이러한 우울한 정조는 단순한 외모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깊이와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우수에 젖은 표정'이라는 표현이 종종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유독 단순한 외적 화려함을 넘어, 깊은 감정의 결을 품고 있기에 더욱 강렬하게 대중의 기억에 남는다. 때로는 비극적 운명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우울한 정조를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시켜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