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킬로가 넘게 빠진 아빠의 몸. 암은 말라서 죽는 병이라고 하신다. 그러니 나를 살찌게 노력하지 말라고. 밤새 들리는 아빠의 앓는 소리. 밤마다 귀신과 얘기하다보면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고. 허깨비가 보일 정도로 허약해진 몸.
간호사가 퇴원해서 맛있는 거 많이 드시라고 했다고 그걸 수명이 다했구나로 받아들인 아빠. 말귀를 이해 못하시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임산부처럼 먹고 싶은 건 왜그리 많은지. 계속되는 모순된 상황 속에 지치는 건 내가 아닌 고물이 된 몸을 안고 사는 엄마인게지. 엄마는 피가 마른다며 아빠의 시중을 힘들어한다. 하지 말라는데도 애정보다는 그저 책임감으로 애를 쓰신다. 엄마를 말려 죽이고 아빠는 말라 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