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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Aug 10. 2021

끝판왕은못 참지

남자들은 도대체 왜 아이들을 놔두고 지들이못 참을까

조카가 당신의 집에 놀러 왔다. 당신은 조카를 환영한다. 27살 마케팅 회사에 취직한 당신의 취미는 레고 조립과 전시. 조카는 당신의 방을 구경하다가 레고 해리포터 한정판 전시물을 발견한다. 삼촌, 이거 만져 봐도 돼? 그래, 승낙한다. 그런데 이 모습,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가.


프라모델 조립을 포함한 각종 수집이 취미인 키덜트 총각들은 전부다 조카가 오는 것을 마치 괴물이 오는 것처럼 여긴다. 괴물 놈에 조카가 내 모든 작품을 망가뜨리고 갔다는 이야기는 여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접해볼 수 있는 슬프고도 구성진 스토리다.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어쩜 그렇게 어린것들인지 모르겠다. 비단 조립과 수집뿐만 아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남성들은 전부다 꼭 아이를 이겨먹어야 한다. 뿅망치를 앞에 두고 가위바위보를 시작한 성인 남성과 아이를 보면 결과는 빤하다. 몇 분 안돼서 아이는 엄마를 찾을 것이고, 남자는 말한다. 좀 지면서 자라야 나중에 사회에서 무시 안 당해!


도대체 남자 어른들은 왜 이모양일까? 원시시절에 남자는 사냥을 해야 했고, 가족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명예욕이 높았고 때문에 승부욕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그럴 필요는 없잖은가. 지키려 하고 이기려 하는 그 마음을 왜 아이에게 까지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

게다가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를 기본적으로 더 사랑한다. 남자건 여자건 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태어난다. 가르치지 않아도 엄마를 더 먼저 말하고, 엄마가 아이를 더 빨리 또 자주 품에 안아본다. 때문에 아이의 첫 번째 타인은 바로 아빠다. 그래서 아빠만 보면 신생아는 잘 울고 더 자지러진다. 


또 재미있게도 그런 아이를 대하면서 절대 조심스러워지지 않는 게 남자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충분하나 아끼려는 마음이 행동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괜찮아 안 죽어, 라는 마음부터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체념까지 포괄적으로 갖고 있기에, 남자가 잘 키운 아이들은 자립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결국 엄마보다 대충대충인 육아를 더 '잘'한다. 놀이전문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은 '결국 아이가 위험해야 안전하다.'라는 말을 남겨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놀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얘기 또 안 할 수가 없는데, 아이와 놀이를 할 때 남자들은 전문가 납셨다. 어떤 장난감이건 끝판까지 달리고, 블록도 냉장고보다 높게 쌓는다. 다트도 10점을 연속해서 찍고, 야구도 안 타면 아쉽다. 그림도 하이퍼 리얼까진 아닌데 너무 잘 그린다. 해변에서 같이 놀자던 아이는 어느새 파라솔 그늘에 앉아 슬러쉬를 빨고 있고, 모래성을 쌓는 사람은 성인 남성이다. 그렇게나 남자들은 놀이에 진심이다. 그렇게 놀이의 맛을 가르치려던 남자는 또 너무 탈진해서 가장 빨리 잠드는 사람이다. 


글 쓰는 나도 남자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모든 단점은 아이의 이타심을 키우기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그 모든 단점 때문에 아이는 남자가 키워야 제 맛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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